경주 나아리 전·현 이장 다툼에…마을 자산 날릴 위기

입력 2023-05-02 17:41:48 수정 2023-05-03 14:29:29

동네 소유 숙박시설, 담보 대출 연체로 경매 넘어갈 위기
"전임자 횡령" "현 이장 거짓말"…문제 해결보다 '서로 네 탓' 갈등

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이 원전지원금을 받아 지은 풀빌라 전경. 독자 제공
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이 원전지원금을 받아 지은 풀빌라 전경. 독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풀빌라를 지어 운영하던 경주 양남면 나아리 마을 주민들이 수십억원을 들인 풀빌라 건물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건축 당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마을 안팎에선 현 이장과 전임 이장 간 갈등이 주된 원인이란 얘기가 나온다.

2일 나아리 주민들에 따르면 월성원자력본부 인근에 있는 이 마을은 2015년 월성원전 1호기 수명 연장 대가로 한수원으로부터 66억5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주민들은 이 돈을 수익사업에 쓰기로 하고,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나아리 시범마을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한 뒤 풀빌라와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을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해당 시설은 2020년 7월 개장 이후 2년여 동안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문제는 추진위가 해당 건물을 지을 당시 모자란 공사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기관 2곳으로부터 풀빌라와 게스트하우스를 담보로 27억5천만원의 돈을 빌린 게 발단이 됐다. 추진위는 6개월쯤 전부터 대출금 이자를 연체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해당 금융기관으로부터 풀빌라 건물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겠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받게 됐다.

이를 두고 일부 주민은 전임 이장이 당시 공사대금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풀빌라 영업과 관련해서도 지난 2년 6개월 동안 매출이 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나 지난 2월 전임 이장 측이 제출한 결산보고서엔 7억여원으로 기재돼 있다며 횡령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 주민은 "최근엔 전임 이장 측이 마을회 총회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인수인계를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막상 총회를 열려고 하니 개최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 이장 측은 현 이장 측의 거짓 주장이란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공사대금 집행 내역과 관련해서는 풀빌라 준공 직후인 2020년 7월 마을회 총회를 열어 공개했고 통과됐다고 한다. 특히 현 이장 측이 10여 차례 고소‧고발을 해 경찰‧검찰 조사를 받았고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 마을회 총회 건은 오히려 현 이장 측이 지난달 25일 마을회관 회의실 문을 잠그고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식으로 방해를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대출금 이자 미납 건은 게스트하우스 운영 미숙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주택 임대사업으로 바꾼 뒤 환급받은 부가세 1억원을 반납해야 했으나 당장 반납할 수 있는 돈이 없어 미뤄졌고, 이후 풀빌라 통장이 압류되면서 대출 이자 납부까지 연체가 됐다는 것이다. 이 또한 현 이장 측 주민의 제보로 불거지게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주민은 "문제가 있으면 우선 문제해결이 우선인데 현 이장 쪽 사람들은 '전임 이장이 나쁜 사람'이란 식으로 선동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양 측의 권력 다툼에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