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라테' 습격에도 수돗물은 '깨끗'…검사·취수·처리·공급 전 과정 고도화가 비결

입력 2023-06-04 15:44:51 수정 2023-06-04 18:43:23

해마다 창궐하는 낙동강 녹조…지난 한해 126일이나 '조류경보' 발령
상류 7개 지점서 주기적 수질 검사, 취수구 위치 깊게 내려 녹조 유입 줄여
'초고도정수처리'로 불쾌한 맛·냄새 없애…누수·수돗물 수질은 'AI'로 관리

문산정수장과 매곡정수장에 설치된 수류분사식 조류 저감시설은 남조류가 증식하며 취수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문산정수장과 매곡정수장에 설치된 수류분사식 조류 저감시설은 남조류가 증식하며 취수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지난 한해동안 낙동강 강정고령보에는 126일 동안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7월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바라본 강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을 띄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한해동안 낙동강 강정고령보에는 126일 동안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7월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바라본 강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을 띄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6월 16일 대구 생활용수 중 67%를 공급하는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초여름 더위와 함께 시작된 녹조의 습격은 겨울의 초입인 12월까지 이어질 정도고 독하고 끈질겼다.

지난 한해 강정고령보에는 무려 126일 동안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이는 전년에 기록한 84일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특히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1만cells/㎖를 넘어서는 '경계 단계'도 42일이나 됐다.

해마다 거듭되는 녹조의 습격에 대구 시민들의 식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강물을 '녹조라테'로 만드는 남조류는 불쾌감을 주는 '맛·냄새 물질'을 유발하고, 인체에 유해한 조류독소를 생성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원수 수질에도 불구하고 대구 수돗물의 수질은 여전히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다. 원수 취수 단계부터 조류 유입을 차단하고, 고도화된 정수 처리 기술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급·배수망 시스템을 갖추는 등 수돗물 공급 전 과정이 고도화된 덕분이다.

◆빈틈없는 수질 감시 체계

수돗물의 품질은 원수의 수질과 직결된다. 따라서 원수의 체계적인 수질 감시 시스템은 예기치 못한 수질 오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에는 모두 26곳의 국가수질자동측정망이 설치돼 있다. 이는 한강(23곳)과 금강(13곳), 영산강(10곳) 등 국내 4대 수계 중 가장 많다.

이에 더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이하 상수도본부)는 구미, 해평, 왜관 등 낙동강 상류 7개 지점을 주요 지점으로, 3개 지점을 집중 검사 지점으로 정해 지속적으로 미량 유해 물질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낙동강 상류 7개 지점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수질 오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낙동강 상류 7개 지점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수질 오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특히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와 칠곡보, 성주대교 등은 집중 검사 지역으로 주 1회 이상 1,4-다이옥신 등 6개 항목의 미량의 유해물질을 살펴보고 있다. 수집한 다양한 수질 정보는 광역수질정보교환협의회를 통해 유관기관별로 공유된다.

조류경보 발령 단계에 따라 상수원수는 주 1회~매일 검사하고, 검사 항목도 원수는 310개 항목, 수돗물은 320개 항목에 걸쳐 있다.

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유해물질을 파악하는 생물학적 감지 시설도 갖추고 있다.

문산정수장에 설치된 '반달말 생물감시장치'는 유해물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생물 '반달말'을 활용해 물 속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조사한다. 특정 항목만 검사할 수 있는 분석 장비의 한계를 보완하는 셈이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미국을 방문해 상수도의 분야별 관리 체계와 상수원 및 정수장 운영 실무를 파악하고, 조류독소 및 미규제물질과 관련한 최신 관리 동향을 조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녹조에 대비해 올해부터 수질 오염 검사 항목을 7종에서 10종으로 확대하고 검사 주기도 조류경보에 따라 주1회~매일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녹조에 대비해 올해부터 수질 오염 검사 항목을 7종에서 10종으로 확대하고 검사 주기도 조류경보에 따라 주1회~매일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수면 5m 아래서 취수…조류 유입 크게 줄여

남조류의 생태 특성을 이용해 취수구로 조류 유입 자체를 줄이는 방식도 도입했다.

상수도본부는 취수구의 위치를 수면에서 5m 이하로 낮추고, 조류 유입 농도를 낮출 수 있는 유입 방지 시설도 설치했다. 독성 물질을 남기는 남조류가 주로 수표면 가까이로 몰리면서 세를 불려 나가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조류 경계 경보가 발령됐던 지난해 6월 23일 매곡취수장에서 조사한 조류 농도를 보면, 표면층에서 검출된 조류 총 개체수는 8만8천296cells/㎖였지만 5m 아래에 있는 취수구 주변에서는 9천829cells/㎖로 11.1%에 그쳤다.

특히 독성을 지닌 남조류의 경우 수표면에서는 8만7천840cells/㎖이 검출된 반면, 취수구 주변은 2천620cells/㎖로 무려 9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수구 주변에는 2중 조류 유입 차단막이 설치돼 녹조 유입 농도를 낮춘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취수구 주변에는 2중 조류 유입 차단막이 설치돼 녹조 유입 농도를 낮춘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지난해 6월 취수구 주변에 설치된 2중 조류 차단막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2중 차단막은 표면과 수면 아래 2m까지 망을 설치해 조류 유입을 차단한다.

아울러 생활용수를 생산하는 매곡·문산취수장과 공업용수 위주의 죽곡취수장에는 녹조띠를 교란하고 밀어내는 수류분사식 저감장치를 설치해 유입을 줄이고 있다.

◆깨끗한 수돗물을 내 집 수도꼭지까지

대구는 1991년 페놀 사태 등 빈번한 수돗물 사고를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정수처리시설을 고도화해왔다.

특히 매곡·문산정수장에 설치된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응집·침전·여과·소독' 과정으로 이뤄지는 표준정수처리 과정에 '전오존-후오존-입상활성탄흡착' 과정을 추가해 일반처리과정으로는 걸러낼 수 없는 맛·냄새 물질과 소독 부산물 등을 처리한다.

여기에 강력한 산화물로 적은 양의 오염물질까지 처리하는 '고도산화처리공정(AOP)' 이 추가된 '초고도정수방식'도 적용된 상태다.

낙동강에서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문산정수장에는 표준정수처리 과정에
낙동강에서 원수를 취수하는 매곡·문산정수장에는 표준정수처리 과정에 '전오존-후오존-입상활성탄흡착' 과정을 추가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이 구축돼 불쾌한 맛·냄새 물질과 소독 부산물 등을 처리한다. 대구시 제공.
고도정수처리시설은 표준정수과정에 전오존 및 후오존처리와 입상활성탄 흡착 과정을 추가해 불괘한 맛, 냄새 물질과 소독 부산물을 제거한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고도정수처리시설은 표준정수과정에 전오존 및 후오존처리와 입상활성탄 흡착 과정을 추가해 불괘한 맛, 냄새 물질과 소독 부산물을 제거한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고도정수처리시설은 표준정수과정에 전오존 및 후오존처리와 입상활성탄 흡착 과정을 추가해 불괘한 맛, 냄새 물질과 소독 부산물을 제거한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고도정수처리시설은 표준정수과정에 전오존 및 후오존처리와 입상활성탄 흡착 과정을 추가해 불괘한 맛, 냄새 물질과 소독 부산물을 제거한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제공.

각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이어지는 급·배수 단계에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스마트관망관리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누수 여부나 수질 오염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자동 대처하는 게 특지응로 ▷실시간 수압계 ▷관로인식체계 ▷배수관 정밀 세척 ▷수질계측기 ▷누수진단시스템 ▷자동 드레인 등 11개 분야 장치가 설치돼 있다.

또한 대구 시내 급수관의 평균 노후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22.6년)인 점을 고려해 노후 상수도관 개량 사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상수도본부는 최근 5년 간 1천394억원을 들여 관로 324㎞를 교체한데 이어, 2026년까지 1천9억원을 들여 상수도관 194㎞를 개량할 계획이다.

각 가정으로 들어오는 노후 수도관 교체 사업에도 지난 2008년부터 1만3천366가구에게 교체비용 83억원이 지원됐다.

김선욱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해마다 녹조가 되풀이되는 등 수질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선제 대응과 모니터링, 고도정수처리시설의 최적 운영 등으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생산, 공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