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한미 동맹과 국익

입력 2023-04-25 18:30:21 수정 2023-04-25 20:10:00

모현철 신문국 부국장

모현철 신문국 부국장
모현철 신문국 부국장

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다. 미국은 한국의 최고 우방이다. 피로 맺어졌다는 의미인 혈맹으로도 부른다. 북한의 위협 속에서 한국과 미국은 앞으로도 더욱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 동맹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국을 도·감청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에 사과와 재발 방지 요구를 하지 않았다. 감청이 아닌 것처럼 얼버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중국의 대만 침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러시아와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이들 나라와 한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한국은 미국과의 거리를 더 가깝게 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멀어지게 된 것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국빈으로 초청을 받은 것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미 상·하원으로부터 의회 연설까지 공식 초청받았다. 국빈 방문과 의회 연설을 모두 하는 정상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담은 별도 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무력 도발이 지난해부터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면서 실현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자체 핵무장론' 지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양국 정상이 한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확장억제 말고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 기업들이 우방인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통해 안보,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결실을 거둔다면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그럴수록 냉철하고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국빈 방문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된다. 절제된 행동과 화법이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공개된 일본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발언 논란은 아쉽다.

윤 대통령은 '순방 징크스'도 깨뜨려야 한다. 취임 후 1년 동안 해외순방을 다녀올 때마다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그때마다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외교 분야에 대해 국민들과의 소통과 설득이 부족한 점도 해결해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보듯 공론화 과정 없이 해법만 내놓으면 논란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의 외교 노선은 앞으로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전진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지만, 우방의 마음에 들기 위해 국익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미국도 자국의 국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은 눈치 보지 말고 요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국익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당당하게 국익을 챙겨야 한다. 그래야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려 집권 2년 차 국정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