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포항 수성사격장, 국방부가 결자해지하라

입력 2023-04-23 18:48:40 수정 2023-04-23 19:03:49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국방부의 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장 졸속 이전으로 촉발된 '포항 수성사격장 사태'가 민-군 갈등에서 민-민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수성사격장(포항시 남구 장기면)은 1965년 조성된 이후 육군, 해군, 방위산업체 등이 사격훈련을 벌이면서 주민들이 소음, 진동, 유탄 등 피해를 호소해왔다. 최근까지는 해병대 제1사단, 해병대 교육훈련단, 해병대 군수단 등이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우리 군의 전술훈련이라는 측면과 해병대의 지역적 역할 등을 감안해 참고 인내하며 피해를 감수해왔다. 그런데 60년 가까이 지켜온 주민들의 애국심은 국방부의 독단적이고 졸속적인 행태로 무참히 짓밟혔다.

국방부가 2019년 4월 경기도 포천시에서 시행하던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주민들과 한마디 상의나 협의 없이 수성사격장으로 몰래 옮겨온 것이다. 저공비행하면서 이뤄지는 아파치헬기 총포탄 사격훈련은 기존 사격훈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아파치헬기사격은 일반 사격의 수십배, 수백배의 소음, 진동을 불러오면서 그야말로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주한미군 2사단 기갑부대와 포병부대,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등은 그동안 미군 최대 훈련장인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사격장에서 사격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국방부는 주민들과의 마찰로 아파치 사격훈련을 중단하면서 그 대체지로 포항 수성사격장을 택한 것이다. 그것도 해당 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와 일체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포천 주민들의 피해는 감당할 수 없고, 포항 주민들의 피해는 무마할 수 있다는 말인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포항 장기면 주민들의 반발로 2020년 11월 이후 수성사격장에서는 소구경 화기를 제외한 전차 등 포사격과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은 중단됐다. 2021년 2월부터 국민권익위의 분쟁 조정절차까지 거쳤지만, 현재까지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방부가 장기면 일부 주민들과 지난달 30일 해병대 사격훈련 재개 등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주민 2개 단체가 수성사격장 피해 해결책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국방부가 수성사격장 사태를 야기한 당사자로, 스스로 결자해지에 적극 나서길 권고한다.이번 사태의 핵심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주민들의 뜻을 헤아리는 것이다. 때문에 국방부는 전체 주민들의 뜻을 수렴할 수 있는 민·관·군 협의체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의 소음 등 피해 해결을 위해서는 수성사격장을 폐쇄하거나 당초 포천시 훈련장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장기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완충지대를 폭넓게 확보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당초 훈련장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국방부가 수성사격장이 아니라 2년 전부터 아파치헬기 사격 훈련 재개를 위해 포천시와 논의했던 15개 주민지원사업 등을 통해 로드리게스사격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식을 최우선 검토할 것을 주문한다.

수성사격장 폐쇄나 로드리게스사격장 활용 등이 모두 불가능하다면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과 사격훈련장 사이 완충지대를 주민들이 원하는 만큼 확보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50여가구 130여명의 수성리 마을을 포함해 헬기 소음이 미치는 구역을 모두 국방부가 사들여 주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