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 제정안을 지난 13일 강행 처리하려 했지만 일단 보류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며 "다음 본회의(27일 예정)에서 처리하겠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여야 합의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지만,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처럼 169석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간호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간호법은 간호사 단체와 의사 단체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 단체 사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한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하나의 법체계로 관리하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 관련 사항을 별도의 법체계로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일부 세부 조항을 놓고 의료 직역(職域) 간에 의견 대립이 커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은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 등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의료는 의사, 간호사 등 여러 직역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분야이다. 이들 중 하나가 삐걱거리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간호법에 따른 갈등이 의료 현장에서 불거지면 국민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국민들은 1999년 말 의약분업 사태로 1년여 동안 의료 대란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의료 정책 갈등에 따른 고통을 몇 차례 겪었다.
간호법은 사회적 갈등이 큰 사안이다.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여야와 정부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간호법은 논의와 설득을 거쳐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해서는 안 된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 폭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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