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괴담 판치는 나라

입력 2023-04-14 21:34:57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중병(重病)에 걸린 나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괴담(怪談)이 아닐까 싶다. 근거 없는 괴담이 난무하는 나라를 건강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연유에서 괴담들이 쏟아지는 세태는 우려스럽다. 멀리는 광우병에서부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찾았다는 부산의 한 횟집 이름까지 괴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 온 나라가 광우병 괴담에 발칵 뒤집혔다.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를 둘러싼 괴담들도 나라를 흔들었다. 얼마 전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는 청담동 심야 술자리 괴담도 있었고, 최근엔 내년 총선 검사 출신 대거 공천 괴담도 등장했다.

괴담들은 거의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보고는 한 건도 없다. 2011년 대법원은 광우병 보도를 허위라고 판결했다. 사드 전자파는 휴대전화 기지국 전자파의 5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담동 술자리는 괴담을 꾸며낸 장본인이 거짓말이라고 실토했다.

괴담이 판을 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괴담을 유포시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청담동 술자리 괴담을 퍼뜨린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튜브 매체는 후원금을 두둑이 채우거나 돈벌이를 톡톡히 했다.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괴담 유포에 혈안인 정치 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일 정상회담 후 윤 대통령이 일본 의장대 사열 중 국기에 인사하는 사진을 올리고 일장기에 경례를 했다는 괴담을 퍼뜨린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괴담이 유행하는 토양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진실을 따지는 것보단 내 편, 네 편을 따져 서로 공격하는 행태가 자리 잡았다. 이념과 정치 성향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탓에 사실이 아닌 괴담들이 양산되고 유행한다. 미국 영화 제작자 로버트 에반스는 "모든 이야기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당신 편, 내 편, 그리고 진실"이라고 했다. 진실은 내팽개치고 괴담들이 판을 치는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