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원경 작업과 다른 근경 작업 선보여
“나만의 회화 기법으로 표현한 새로운 풍경”
어디선가 본 듯한 숲의 풍경들이 전시장 가득 펼쳐졌다. 가까이서 보니 단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가장자리를 연필 선으로 추적하듯 그렸다. 일반적인 풍경화들이 공간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윤곽선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데 반해, 경계의 표현을 통해 사물 본연의 형태가 만들어낸 선과 면에 집중한다.
신경철 작가는 기억 속의 풍경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구현하며, 풍경화에 대한 방법론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전 작품들과 느낌이 다르다. 다소 흐릿했던 원경(遠景)의 크고 작은 나무, 풀을 그리는 대신 포커스를 좀 더 확대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이는 식물들을 또렷하게 그려내 집중도를 높인 것.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기존에는 장소를 인지할 수 있는 작업을 해왔다면 이번에는 풍경의 일부분만을 그렸다. 그간 멀리서 보며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니 또 새롭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풍경은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본 풍경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단색으로 칠해진 바탕색은 기존 풍경화의 재현적이고 원근법적인 시선들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위해 실버, 브론즈, 오렌지 등 풍경과 생경한 색채를 택한다.
작가는 "지금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잡지나 패션, 거리의 간판 등을 채우는 인공적인 색들을 가져온 것"이라며 "일반적인 풍경의 이미지에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보는 풍경의 색들을 반영함으로써 나만의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셈"이라고 했다.
그가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천착해온 연필 드로잉 작업은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자리 잡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연필 드로잉을 삭제한 새로운 작업도 눈길을 끈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더욱 파편화된 이미지를 선별하고, 즉흥적인 붓터치를 추가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도록 계획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상과 추상, 재현적 회화와 비재현적 회화에 대한 방법론적 실험을 지속해온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회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기존 작품과 변화의 폭이 크기에 긴장도 되고 시험대에 오른 기분입니다. 기존의 작업에서 힘을 빼면서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려 항상 고민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그러한 시도와 노력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신경철 작가의 개인전 'In the Distance'는 오는 22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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