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그림 잘못 그려 경찰 출동…헤어질 위기 처한 러시아 부녀

입력 2023-04-06 10:33:40

주제와 달리 우크라이나전 반대 그림 그려 군 신뢰 저해, 유죄 선고받아…딸은 보육원 강제 이송될 듯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헤어질 위기에 처한 마리야 모스칼료바(왼쪽)와 아버지 세르게이 모스칼료바.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 소셜미디어 캡처

러시아에서 그림 한 장 때문에 아버지와 딸이 평생 떨어져 살아야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13세 마리야 모스칼료바(약칭 마샤)는 지난해 4월 학교 미술 수업 과제를 받았다. 그 과제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을 지지하는 그림을 그리라는 것.

그러나 마샤는 주제와 달리 우크라이나 가족에게 날아드는 미사일을 그렸고 '전쟁반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이를 본 교사는 교장에게 즉각 신고했고, 교장은 경찰을 불렀다.

러시아 경찰은 마샤에게 그림을 그린 경위를 신문한 뒤 아버지인 세르게이 모스칼료프(54)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군의 신뢰를 저해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을 형사 처벌하는 법을 시행하면서 반체제인사, 언론인, 배우, 음악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반전 메시지를 겁박을 통해 차단하려고 했다.

결국 모스칼료프는 긴 수사 끝에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곧 외딴 수형시설에 2년간 수감될 예정이다. 그러면서 법원은 딸 마샤의 양육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마샤는 그동안 아버지와 둘이서만 생활해 왔다. 마샤의 어머니와는 최근 7년 넘도록 소식이 끊겼다.

마샤는 모스칼료프의 양육권이 제한되면 복지당국의 처분에 따라 보육원으로 강제 이송돼 가족 없이 살아갈 공산이 크다.

이같은 상황이 전해지자 러시아 내에서는 이들의 재결합을 촉구하는 의견과 군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사유가 어떻든 엄단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라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이제 자녀를 빼앗아 가는 방식으로 비판론자들을 처벌한다"며 모스칼료프의 사례가 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와그너그룹(우크라이나전 용병단) 리더 에브게니 프리고진은 모스칼료프의 2년형이 너무 부당하다며 현실을 고려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