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울릉도 배편까지 적혀” 일본 고서점 있던 대동여지도, 고국 품으로

입력 2023-03-30 18:07:59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손글씨로
교통로·군사시설 등 지리정보 담아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대동여지도 환수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대동여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목록 1첩,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대동여지도 환수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대동여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목록 1첩,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대동여지도'를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대동여지도 환수 언론 공개회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목록 1첩,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대동여지도 환수 언론 공개회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목록 1첩,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대동여지도'를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선의 지리학자 김정호(1804 추정〜1866추정)가 제작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교통로, 군사시설 등 지리 정보를 써넣은 새로운 지도가 일본에서 환수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30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목록 1첩(帖),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대동여지도를 언론에 공개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7월 일본의 한 고서점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자료 검토, 전문가 평가 등을 거쳐 복권기금으로 이 대동여지도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책자가 여러 개 있는 형태다. 우리나라 전체를 동서남북으로 각각 나눠 표현한 첩을 모두 펼치면 가로 4m, 세로 6.7m 크기의 대형 지도가 된다. 마치 병풍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지도는 1864년 제작된 대동여지도 목판본(木板本)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새 대동여지도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내용이다. 나무판으로 찍어낸 대동여지도에 가필(加筆·글이나 그림 따위에 붓을 대어 보태거나 지워서 고침)하거나 색칠했는데, 19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여도'(東輿圖) 내용이 담겨있다.

동여도는 손으로 그리거나 써서 만든 필사본(筆寫本) 지도다. 조선시대의 교통로, 군사 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1만8천여 개에 달하는 지명이 실려 있다. 한반도의 윤곽, 도로망 등이 대동여지도와 비슷해 학계에서는 김정호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목록 1첩(帖·묶어 놓은 책),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목록 1첩(帖·묶어 놓은 책),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대동여지도'를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도는 나무판으로 찍어낸 대동여지도에 가필하거나 색칠했는데, 19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여도'(東輿圖)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은 전체를 펼친 모습. 연합뉴스

결국 세부 지명이나 지도 관련 정보 등을 담지 못했던 대동여지도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지도 하나에 대동여지도와 동여도가 모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백두산 일대를 묘사한 제2첩에는 1712년 조선과 청나라 사이 국경선을 표시하기 위해 세운 백두산정계비(白頭山定界碑)와 군사시설 간의 거리가 적혀 있다. 또 울릉도 일대를 묘사한 제14첩에는 울릉도로 가는 배의 출발지 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구성 방식 역시 기존 대동여지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목록이 있는 데다 대동여지도 판본에서는 2면에 걸쳐 인쇄된 강원 삼척 지방과 울릉도 일대가 이번 지도에서는 1면으로 축소돼 배치된 점이 동여도 형식과 같다.

문화재청은 "인쇄본으로 만든 대동여지도에 미처 싣지 못한 지명, 지도 관련 정보 등을 보완한 사례로 보인다"며 "대동여지도가 보급되면서 나타난 변용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판본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지도) 하나로 담은 희귀한 문화유산이다. 조선시대 지리 정보 연구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조사·연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는 대동여지도 3건과 이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된 나무판 등 총 4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동여도의 경우,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대 규장각이 각각 소장한 유물이 보물로 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