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화로 입체화 지역 하청 100%' 약속 헌신짝처럼 버린 코오롱글로벌

입력 2023-03-29 12:54:47 수정 2023-03-30 09:15:26

대구 상화로 입체화 수주 후 공사 시작하자 협약서 무시…설명회엔 외지업체 4곳 참여
90% 협약 및 100% 구두 계약 해놓고 본격 공사 시작하자 멋대로 진행
입찰 기준으로 '최저가 경쟁' 실적 좋은 역외 건설사 유리

29일 대구 달서구 상공에서 바라본 상화로 일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9일 대구 달서구 상공에서 바라본 상화로 일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오롱글로벌(주)이 대구시 등과 맺은 상화로 입체화 사업 협약서 본문. 대구시 제공
코오롱글로벌(주)이 대구시 등과 맺은 상화로 입체화 사업 협약서 본문. 대구시 제공
코오롱글로벌(주)는 당초 하도급 전부를 지역 업체에 주겠다는 구두 약속까지 했다. 매일신문

'지역 업체에 하도급 전체를 주겠다'며 대구시의 초대형 공사를 수주한 중앙 건설사가 당초 약속을 깨고 외지 업체를 끌어 들이는 수순을 전개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코오롱글로벌㈜는 지난 2021년 3월 대구 상화로 입체화 사업 공사 입찰에서 경쟁자인 태영건설컨소시엄을 누르고 대구시로부터 수주에 성공했다. 해당 사업은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서 상인동을 연결하는 총 연장 3.99㎞ 왕복 4차로 지하터널 공사다. 추정 공사비만 3천228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지역 사업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입찰 제안 전부터 안전 시공은 물론 지역 업체 협력과 하방 경기에 공헌할 것을 약속하며 대구시를 공략했다. 수주에 성공한 3개월 뒤에는 '하도급 공사 금액의 90% 이상 지역 전문건설업체 참여'를 명문화한 지역하도급률 확대 협약서를 체결했다.

같은 날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과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가 진행한 비공개 오찬에선 윤 대표가 "지역과의 협력 차원에서 (하청을) 아예 다 주겠다"며 '100% 지역 하도급'을 권 시장에게 약속(관련 기사 3천200억 '상화로 입체화' 하도급 공사 "지역 업체 100%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28일 코오롱글로벌 주최로 열린 '상화로 공사 종점·나들목 부근 개착부 공사 입찰 설명회'에는 지역 업체 이외에 서울과 부산 업체 4곳 등 모두 6개 건설사가 경쟁자로 참석했다. 외지 업체가 참여했다는 것은 코오롱글로벌 측이 지역 업체로 입찰을 제한하지 않았거나 지역 업체 우대 하청 공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 업체에 하도급 100%를 약속하면서도 '지역 업체 하도급 우선 배정'이나 '외지 업체 입찰 제한' 등을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지역과 체결한 협약을 무시한 채 역외로 경쟁의 문을 다시 열어두겠다는 뜻인 셈이다.

코오롱글로벌 측이 이날 설명회에서 지역 하청 문제를 접어둔 채 대안으로 제시한 입찰 기준인 '최저가 경쟁'은 더욱 문제시 되고 있다. 최저가로 할 경우 공사 안전성이 떨어질 우려가 클 뿐 아니라 어려운 지역 경제에 대한 낙수효과도 사실상 사라질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워진 건설 경기로 체력이 고갈된 지역 업체보다 매출 규모나 공사 실적에서 우세한 중앙 업체들이 최저가 입찰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00% 지역 하청' 협약을 교묘하게 깨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설명회에 참석한 대구 업체 관계자는 29일 "지역 업체만 경쟁 대상인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 참석해 보니 대형 외지 업체들이 자리해 있었다. 통상 이 같은 분위기라면 사전에 (자기들끼리)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들러리 서는 기분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이날 설명회에서 '최저가 입찰' 기준 선정에 대해 '지역 업체로만 하기에 공정이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 기술이 요하는 곳이 있어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밝혔다는 것이 대구시 관계자 설명이다.

코오롱글로벌(주)는 당초 하도급 전부를 지역 업체에 주겠다는 구두 약속까지 했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