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울 언론의 고약한 딴지 걸기

입력 2023-03-29 16:57:23 수정 2023-03-29 19:11:42

이창환 정치부장
이창환 정치부장

대구경북(TK)신공항 특별법(TK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4월 국회 본회의 통과도 가능하다. 기부 대 양여 부족분에 대한 국고 지원, 신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지역 정·관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내용이 포함돼 있다.

TK특별법이 최종 법제화 수순까지 온 데는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정치권이 그야말로 힘을 합친 결과다. 광주시와 손을 잡고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광주특별법)과 동시 통과를 추진하는 것은 탁월한 전략이다. 정성과 지략이 만든 성과물이 TK특별법 제정이라는 얘기다.

이런 TK특별법에 딴지를 거는 세력들이 있다. 지방의 살기 위한 몸부림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울 언론이다. 서울의 한 언론은 지난 28일 TK특별법이 부실 심사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여야가 TK특별법과 광주특별법을 연계 처리키로 하면서 국회 심사가 겉 핥기 식에 그쳤고, TK특별법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가덕도특별법) 베끼기를 했다고 썼다.

지난 2월 16일과 3월 21일 열린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한 번이라도 읽어 봤는지 묻고 싶다. 법안 심사는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진행됐다. 최인호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애초 원안에 있던 중추공항, 활주로 길이 등 공항 위계와 규모에 대한 내용에 대해 일찌감치 칼질을 예고하는 등 긴장감 속에서 심사가 진행됐다.

가덕도특별법과 TK특별법 모두 신공항 건설에 관한 특별법인 탓에 당연히 먼저 제정된 법안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이를 베끼기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수준 이하의 인식이다.

참다못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가짜 뉴스"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TK특별법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20년 9월 국회 입법조사처와 함께 만들어 발의했고, 문재인 정권이 이를 참고해서 만든 게 가덕도특별법이라는 것이다.

지난주에도 서울의 한 언론이 몽니를 부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TK특별법과 광주특별법에 대해 공조를 하는 탓에 큰 어려움 없이 법제화가 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거대 정당의 총선용 포퓰리즘 사업이라는 비판도 했다.

법제화 필요성에 따라 여야가 공조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 TK가 재도약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공항 건설을 총선용 포퓰리즘 사업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방증이다.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은 가덕도특별법이다. 2021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가덕도특별법은 그해 4월에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거대 여당이 전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대통령이 가덕도 현장을 방문한 영상과 사진을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가덕도특별법이 없었으면 TK특별법도 쉽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법안심사소위에서 홍기원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다. "사실 제가 작년에 소신과는 맞지 않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심의해서 통과시킨 입장에서 그 법(가덕도법)이 제안되지 않았으면 이 법(TK법)도 제안되지 않았을 거다."

이게 사실이더라도 TK특별법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TK신공항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 사정을 알지 못하는 서울 언론이 제대로 취재도 않고 책상에 앉아서 함부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