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몽상가의 도전, 지역의 희망가 되길

입력 2023-03-30 15:18:15 수정 2023-03-30 18:30:16

채정민 매일신문 경제부 차장

조앤 K. 롤링은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갖가지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이단아'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를 경영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몽상가라는 것이다. 롤링은 가난한 몽상가에서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가가 됐다. 몽상 같은 도전을 거듭하는 머스크의 지향점은 하나로 모인다. 인류의 화성 이주다.

혼자 꾸는 꿈은 상상에 그칠지 모른다. 하지만 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보수적이고 세상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꿈을 실현해 보려는 사람들이 변화와 혁신을 이끈다. 도전, 실패를 두려워하면 한발 먼저 앞서 나갈 수 없다. 변화해야 한다면 몽상가가 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어렵다. 건설·부동산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은 특히 더하다. 살아남으려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역 한 중견 건설기업 수장의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몽상 같은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이종원 ㈜화성산업 대표이사 회장 얘기다.

이 회장은 업계에서 비교적 젊은 50대 초반 CEO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선 뒤 그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신선하다. 특히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점이 그렇다. 처음 지역 중견 건설기업 중 최초로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할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능할까 싶었다. 지역에서야 손꼽히는 기업이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 정도는 돼야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했다.

그런데 몽상 같던 꿈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지방에 본사를 둔 종합건설사 대표로는 유일하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수주지원단(원팀 코리아)에 참여, 현지를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체류 기간 동안 이 회장은 공식 일정 이외에도 현지 기업, 관공서 등과 만남을 이어 가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사업이란 특성상 이 회장이 거둔 성과를 상세히 알기는 어렵다. 아직 사업 청사진을 그리는 단계여서 더욱 그렇다.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현지 거점이 만들어질 거라는 정도만 전망할 수 있다. 그래도 패기 넘치는 도전에는 물음표보다 박수를 보낼 만하다.

금융업계에 발을 디딘 점에도 눈길이 간다. 올해 초 메리츠자산운용 지분을 인수, 2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한다는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이 회장은 "건설과 금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사업 확장과 수익 구조 다변화를 도모하고 건설사의 보수적 이미지를 넘어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와 학습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금리와 저성장,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많다.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마음을 먹긴 쉽지 않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지역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이 회장의 도전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그 꿈과 열정을 보면 벤처기업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들어맞는 행보다.

이 회장은 해외 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건설뿐 아니라 음식,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의지가 있다. 함께 힘을 모을 때다. 대구시도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역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글로벌 건설업체가 탄생하길 희망한다. 이 회장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