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경제 주권 확보해야

입력 2023-03-26 18:33:39 수정 2023-03-31 21:39:47

지난 2021년 포항시는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를 짓고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지난 2021년 포항시는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를 짓고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이차전지 완제품 산업단지는 충청, 부품소재 특화단지는 포항으로….'

이차전지 분야 국가첨단산업단지가 최근 충남 홍성으로 지정되면서 상반기 중 결정될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국내 최강 생태계를 갖춘 포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차전지를 지역별로 완성품 산업단지와 부품소재 특화단지로 특화해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부품소재를 둘러싼 한일 간 무역 마찰(2019년)과 중국발 요소수 대란(2021년)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포항의 이차전지 부품소재 특화단지는 더욱 절실해진다. 이차전지 원료와 부품소재는 해외, 특히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경제 안보를 지키고 경제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입지 환경 등 완벽한 생태계를 갖춘 포항을 특화단지로 지정해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해야 할 판이다.

포항이 이차전지 관련 대학과 연구기관의 인재양성 시스템, 포스코와 에코프로그룹 등 업계의 기술력과 투자 등 이차전지 부품소재 산업의 최강 환경을 갖췄다는 점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인 이차전지의 4대 부품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이 중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7%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이다.

포항의 양극재 생산량은 지난해 15만t으로, 국내 주요 생산 지역인 청주, 광양, 대구, 울산 등을 제치고 단연 1위다. 포항이 국내에서 양극재 최대 집적지인 셈이다. 에코프로그룹은 여기에다 2027년까지 양극재 5만4천t을 추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축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도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양극재 13만6천t 규모 생산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배터리셀 3사 중 하나인 SK온과 2026년까지 10조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수주했고, 삼성SDI와는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해 양극재를 공급 중이다. LG엔솔에 이미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도 올해 삼성SDI와 40조 원 규모 양극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포항의 유력 이차전지 업체의 대규모 양극재 생산 수주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퓨처엠은 또 지난 2021년 12월 연산 8천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세워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1월 말 포항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연산 1만t 규모의 음극재 2단계 공장을 착공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인 포스코실리콘솔루션도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오는 6월 포항 영일만산단에 연산 450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1단계 생산 설비 착공에 들어간다.

세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이차전지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국내 최대 최고 수준의 이차전지 핵심 소재 생산 기지를 갖춘 포항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이차전지 소재부품 해외 의존도(2020년 기준)는 ▷양극재 50% ▷음극재 78% ▷전해질 66% ▷분리막 62%에 달한다. 이차전지 산업의 경제 종속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차전지 원료와 소재부품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중국이 적대적으로 수출을 제한하면 국내 이차전지 공급망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을 정도다.

포항의 이차전지 산업을 특화시키는 길이 결국 국내 이차전지 산업 분야 경제 주권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