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염색산단 옮길 때 됐다…후적지 활용 방안 등 지혜 모아야

입력 2023-03-24 05:00:00

대구시가 염색산업단지 이전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 산단 이전이 가시화하고 있다. 대구 서구 비산동 염색산단을 대구 외곽 또는 경북으로 이전한 뒤 현 위치는 새로운 용도로 쓰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염색산단 이전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약 사안이기도 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열병합발전소와 공동폐수처리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염색산단은 오랜 세월 동안 대구 경제의 견인차였다. 염색산업의 핵심인 수질이 좋은 데다 높은 기술력까지 인정받았던 대구 염색산단에는 전국은 물론,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980년 만들어진 염색산단은 대구 섬유 전성기가 이어지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규모 산업단지의 위상을 누렸고,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량생산 체제가 숙지고 다품종소량생산 체제가 섬유산업에도 밀려들면서 주문량이 급감했다. 인건비 급등에다 제조업종 기피 현상으로 인해 일손 구하기도 어려워졌고 염색산단의 뒷걸음질은 본격화했다. 염색산단관리공단 통계를 보면 이달 기준으로 127곳의 업체가 있고 근로자는 4천500명 수준으로 전성기 때에 비해 외형이 크게 줄었고 가동률도 급감했다. 염색업체를 운영해 오던 적잖은 오너 사업주들이 공장을 임대 체제로 전환시키면서 염색산단의 지속가능성조차 흔들리는 실정이다.

염색산단 이전 논의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소와 폐수처리장 등 장치 기반이 동반되어야 하는 염색산단 특성상 실행이 쉽지 않았고 오너 기업인들의 직접 운영이 훨씬 많아 이전 반대가 다수였다. 최근 조사에서는 이전 여론이 더 우세해졌다고 하니 이전 동력은 확보됐다. 아파트 단지가 크게 늘어난 부근의 주거 환경 변화도 이전 압력을 키우고 있어 이제 결행할 시점이 됐다. 추진력이 강한 홍 시장이니 여러 난제를 잘 풀어 나갈 것으로 본다. 디지털산업단지로 완전히 얼굴을 바꾼 서울 구로공단처럼 후적지 활용을 위한 지혜도 모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