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정상 간 셔틀 외교 재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등 각 분야에서 양국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중단됐던 한일 안보 대화를 조기에 재개하고 경제 안보 협의체를 새로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맞춰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일 상호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서도 조속한 원상회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산 핵심 소재 확보가 원활해지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은 각각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지난 4년간 벌여온 자해극을 끝내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물꼬를 텄다고 본다. 회담 결과에 실망하거나 불만을 떨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혀 양국이 자해극을 이어갈 수는 없다. 한일은 1965년 국교 회복 이래 50여 년간 긴밀한 경제협력으로 서로의 발전을 도왔다. 반도체·석유제품·철강·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양국의 긴밀한 협력 덕분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두 정상의 만남으로 최근 수년간 큰 어려움을 겪어 온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경제, 안보, 외교 등 모든 현안에서 양국은 머리를 맞대고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중심 국가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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