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동결할까?…'물가잡기 VS 금융안정' 양자택일

입력 2023-03-14 07:37:23

뉴욕증시, 은행주 일제히 하락…금리동결 기대감이 주가 받쳐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기준 금리 동결 가능성이 점쳐 지는 가운데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SVB 파산 사태로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지상 과제는 40년만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의 금융시스템 안정이 부각됐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분야 대표 수바드라 라자파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다만 그럴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약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지금껏 금리 인상으로 충격을 받은 다른 미국 은행의 현실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목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이번 달 FOMC에서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SVB 파산 이후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 스텝'을 유지하면서 숨을 고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졌다.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FOMC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당초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지난주 SVB 붕괴 후 금융 시스템이 받는 스트레스를 고려할 때 향후 불확실성이 상당한 만큼 전망을 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바클레이즈도 기준금리 동결로 입장을 바꿨다. SVB 파산 사태가 정리된 이후엔 긴축정책으로 복귀할 수 있지만, 이번 달 인상은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SVB 파산 사태 속에 열린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미 당국이 재빠르게 예금 보호 조치를 발표했지만 은행주에 대한 불안이 이어졌다. 다만 금리 동결 가능성이 주가를 지지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0.50p(0.28%) 하락한 3만1819.14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83p(0.15%) 떨어진 3855.76, 나스닥지수는 49.96p(0.45%) 오른 1만1188.84로 장을 마감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미 정부가 각종 조치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진 못했다.

JP모건체이스(-1.80%), 뱅크오브아메리카(-5.81%), 웰스파고(-7.13%), 씨티그룹(-7.45%) 등 대형 은행들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지역 중소은행의 폭락세는 더 컸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61.83% 폭락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p 오른 26.69로 작년 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주요 기술주들은 오름세를 보였. 애플(1.33%) 아마존(1.87%) 구글 모회사 알파벳(0.53%) 테슬라(0.60%) 마이크로소프트(2.14%)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0.77%) 등 주가는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