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서평은 왜 쓰는가?

입력 2023-03-09 10:55:54 수정 2023-03-11 07:36:40

예술가로서의 비평가(오스카 와일드/ 강경이 옮김/ 바다출판사/ 2020)

정답은 없다. 서평의 목적은 쓰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학 글쓰기에서는 학술적 글쓰기로 진입하는 방편으로 서평을 활용하고 있다(백혜선, 2020). 그렇다면 성인인 일반 독자는 왜 서평을 쓸까? 여기서부터는 답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겠다. 서평 2.0을 염두에 두고 19세기의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오스카 와일드(1854~1900)를 소환해 본다.

'예술가로서의 비평가'는 와일드의 비평론집 '의도들'(intentions)에서 절반 이상을 가져온 책이다. 예술과 비평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길버트'와 '어니스트'라는 캐릭터가 등장해 대화를 나눈다. 마치 2막의 희곡 같다. 와일드의 아바타 역할을 하는 인물은 '길버트'이며, '어니스트'는 길버트의 장황한 이야기를 정리하는 MC 유재석 역할을 한다.

어니스트: 왜 예술가가 비평이라는 소음 때문에 골치 아파야 하지? 왜 창조하지 못하는 자들이 창조적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나?(24쪽)

길버트: 창조적인 시대치고 비평적이지 않은 시대는 없었어.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는 것은 비평 정신이기 때문이지.(50쪽)

장창수: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저는 서평도 넓게 보면 비평의 한 갈래라고 생각하는데요. 비평이 어떻게 창조적일 수 있나요?

길버트: 비평가가 주관적인 방법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극의 방식도 사용하고, 서사시의 방식도 사용하지. 대화를 이용할 수도 있어. … 또는 페이터가 좋아하는 허구를 선택할 수도 있지.(118쪽)

장창수: 그렇군요. 평(評)도 얼마든지 창조적일 수 있군요. 그 묘미란 게 창작의 즐거움이었네요.

길버트: 러스킨은 자신의 비평을 창조적인 신문에 담았고…브라운은 무운시에 담았지.(120쪽)

어니스트: 그 외에도 방법은 많지만 지면이 좁으니 이 정도로 정리하지.

서평, 독후감, 홍보문의 삼거리에서 방황하는 글들은 각자의 길을 가도 무방하다. 다만, 서평을 실용적인 글쓰기라고만 믿는 사람은 이 책의 제목 '예술가로서의 비평가'를 상기해 보면 좋겠다. 해석과 감상을 지나 창조적(recreative) 상상에 이를 수 있다면? 책으로 노는 사람은 재미있을 따름이다.

장창수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