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에 휩싸인 가운데 내년 총선을 위해선 당 대표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 대표가 버티기 전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의 거취를 둘러싼 친명계와 비명계의 계파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내 대표적인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우려의 현실화가 좀 더 빨리 왔다"며 "당 내에서는 지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큰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당이 자칫 엄청난 침몰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들은 익명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비명계 한 재선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일단 당이 한 번은 막아주지만 이젠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알려준 투표였다"며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도 지도부에서 누구 하나 물러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단일대오에 실패한 이 대표 리더십에도 치명상이 간만큼, '새로운 간판'으로 서둘러 총선 국면에 돌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지도부를 전환하는 한편, 비대위원장으로 이낙연·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문제보다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거취와 관련한 질문엔 침묵을 지켰다.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의 거취 결단 가능성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이 대표가 이런 정도로 본인의 생각이 크게 바뀔 것 같았으면 당 대표도 안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친명계에선 버티기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은 죽지 않습니다. 눈물 나게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더 잘 치밀하게 준비하겠습니다"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친명계는 전날 무더기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계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남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표결 결과는 사실상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당 대표를 실력행사를 통해서 끌어내리겠다는 선언이었다.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기로 해서 '공천권 보장'을 거래한 것"이라고 썼다.
친명계는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차기 체포동의안 표결에선 자유 투표가 아닌 당론으로 부결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범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비 오는 날 먼지떨이와 같은 (영장) 재청구 사태가 예견되는데 다시 한번 당론을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하며 맹공을 이어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애살수'라는 말이 있다. 절벽에 매달렸을 때는 보고 손을 놓고 과감하게 뛰어내려야지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면 훨씬 더 크게 다친다. 이재명 대표가 명심해야 할 말"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절대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압도적인 부결을 확신했지만, 결과적으로 찬성표가 더 많이 나왔다는 부분은 역사에 오래 기록이 될 것"이라며 "국회법상으로는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부결되었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국민들께서는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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