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공직자 해외연수 논란 결과로서 증명해야

입력 2023-02-28 17:30:00

이영광 경북부 기자
이영광 경북부 기자

"시민들은 살기 힘든데 해외 연수로 혈세 낭비하는 구미에 사는 게 정말 부끄럽네요."

최근 구미시청, 시의회의 해외 연수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한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된 글이다. 해외 연수로 인한 '혈세 낭비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공무원, 시의원 등 공직자들이 해외 연수를 갈 때마다 혈세 낭비 지적이 일면서 해외 연수를 가는 이들도,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서로 불편한 상황이 매번 연출된다.

하지만 '해외 연수 논란'은 그때마다 잠시 이슈가 될 뿐이고, 근본적 대책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다 보니 앞으로 해외 연수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소문이 나돌고 있다.

2월에도 구미 시의원들의 상임위원회별로 진행된 일본·호주 해외 연수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시의회는 해외 우수 사례 벤치마킹, 정책 발굴 등을 위해 해외 연수를 진행한다고 해명했지만 일정에 사막, 돌고래 크루즈 등이 포함되고 1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숙지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구미시도 직원들의 해외 연수를 추진하다가 곤욕을 겪었다.

시가 5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직원들의 견문을 넓히겠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구미시의 부채 규모와 서민 경제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크게 비판을 받았다.

취재 과정에서 구미시·시의회는 해외 연수에 대해 혁신적인 아이디어 도출, 맞춤형 시책 개발 등을 위한 취지라고 해명을 했지만, 연수 뒤 작성되는 보고서가 형식적이며 별다른 결과물이 없다 보니 혈세 낭비로 인식하는 시민들을 설득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러니 앞으로 공직자의 해외 연수는 취소 및 축소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직원들은 논란의 중심이 되기 싫어 해외 연수 신청을 기피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사실 공직자들도 해외 연수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이해하고, 그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외 연수 취소 등 회피 말고는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문제는 부정적 여론이 크다고 해서 해외 연수를 멈추게 되면 지역사회의 발전도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해외 연수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게 되면 시에 해외 선진 제도 및 문화를 도입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어지게 된다. 또 견학지를 국내로 한정하게 되면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공직자들이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내실 있는 '결과물'로써 스스로 책임지고 증명하는 것이다. 정면 돌파를 택해 그간 쌓여온 시민들의 불신을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로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는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되고,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장소도 실제 가 보면 색다른 아이디어가 튀어나올 수 있다. 연수 일정과 업무에 대한 직접적인 연계성을 지적하기보다는 해외 연수를 통해 내실 있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구미시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구미 시민이다.

구미의 공직자들도 건전한 비판은 받아들이면서 그간 오명을 씻어내는 것과 더불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대치에 맞출 필요가 있다. 이번 해외 연수 논란이 전화위복이 돼 구미시가 더 이상 시민들이 살기 부끄러운 지역이 아닌 자랑스러운 지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