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돌하르방은 유명한데, 대구 대표 디저트는 미지근한 까닭

입력 2023-02-27 05:00:00

대구시가 '대구 대표 디저트' 제품들을 선정했지만, 인지도는 여전히 낮고, 모양이나 형태 등이 다른 지역 제품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대한민국 본토 전역에 장승 없는 지역은 없지만, 장승이 대표 브랜드인 지역은 없다. 하지만 제주도 돌하르방은 제주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통한다. 다른 지역 장승이 주로 목재인 데 반해 돌하르방은 제주도 대표 돌인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데다, 생김새와 이야기가 다르고, 기능도 좀 다르기 때문이다.

디저트 상품이든, 캐릭터 상품이든, 모자든 특색 있는 관광용 시그니처(signature) 상품을 개발하자면 먼저 그 장소, 그 지역만의 스토리와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디자인이 좋고, 맛이 특별하더라도 다른 지역 카피품과 다른 의미가 없다면 관광 브랜드로는 매력이 떨어진다. 저작권 같은 법적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 지역만의 스토리가 배어 있지 않은 로컬 상품은 그 자체의 정체성이 없다. 고유 정체성이 없는 상품은 '기능성'만 강조되는 상품이다. 기능성만 강조되는 상품을 굳이 그 도시, 그 장소에서 관광용으로 구입할 까닭은 없다. 기능적으로 유사한 제품은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능과 디자인을 더 낫게 만들 수도 있다.

대구시가 차후에도 대표 로컬 상품을 공모할 계획이 있다면 어떤 장소, 어떤 이야기에 관한 상품을 공모할 것인지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앞산, 팔공산, 83타워 같은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대상을 정할 것이 아니라 '장소와 이야기'를 특정하고, 왜 '그 장소' '그 이야기'인지 명확히 밝히며 공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로컬 상품은 상품 그 자체만으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장소와 로컬 상품은 함께 가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구 중구 근대골목과 북성로가 있지만, 그 거리를 대표하는 브랜드 상품이 없고, 대표 디저트 상품은 있지만 이렇다 할 차별성이 없는 것은 장소와 이야기, 상품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