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든 조폭? 남은 건 '옛 추억'뿐…조직 대부분 와해 수준

입력 2023-02-22 11:39:12 수정 2023-02-22 21:53:37

역대급 대포통장 범죄…대구 조폭 출신인 것으로 드러나
조폭 조직력 약해져 대부분 각자도생
향후 온라인 지능형 범죄 가담할 확률 높아

조직폭력배.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연합뉴스
조직폭력배.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연합뉴스
대구경찰청 본관. 매일신문 DB
대구경찰청 본관. 매일신문 DB

지난 19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히는 대포통장 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했다고 밝혔다. 범행 규모와 수법에 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시민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다. 주범 2명이 대구 지역 폭력조직인 향촌동파, 동성로파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6월부터 3년 동안 유령법인 528개 설립해 대포통장 1천48개를 만들어 유통시킨 혐의를 받았다. 개설된 통장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나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들이 유통한 계좌로 오간 금액만 12조8천만원이 넘어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동안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조폭들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자 잠잠했던 강력범죄가 다시 활개를 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경찰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폭력 조직 대부분이 신규 유입이 줄고 기존 구성원의 고령화가 겹쳐 사실상 와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22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관리대상 명단에 오른 조폭의 수는 12개 파, 318명이다. 같은 기간 부산 399명, 광주 331명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한다. 경찰은 관리대상 명단 특성상 은퇴나 생사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탓에 실제 활동하는 이들은 더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조폭의 풍속도도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끈끈한 조직력과 주먹을 앞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했지만 단속과 처벌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세력이 약해졌다. 경찰은 과거 조직원들도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조폭을 처벌하는 '폭력행위처벌법 4조'로 입건된 인원도 미비한 수준이다. 지난 2018년부터 5년 동안 대구에서 이 조항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2020년에만 43명이 있었고 나머지 해에는 한 명도 없었다. 전국적으로도 감소세를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조항에 따라 입건된 피의자는 지난 2012년 852명에서 2021년 431명으로 줄었다.

대구경찰청 폭력계장을 지냈던 전직 경찰관은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축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경기가 워낙 침체되어 두목급 조폭들도 두문불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대구 바닥 조직 대부분이 와해된 상태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대포 통장, 보이스피싱 등을 통해 각자가 알아서 생존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흥업소 갈취, 부동산 시행사 등을 운영했던 조폭들이 최근에는 소규모 형태로 각종 온라인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OOO파라고 불리는 것도 이제는 옛말일 정도로 이제는 조직력이 약해졌다"며 "다만 이번 대포통장 사건처럼 과거 조폭 출신들이 돈벌이를 위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각종 지능형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관련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