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 갈등, 절묘한 계산법 탓?

입력 2023-02-21 16:28:45 수정 2023-02-22 08:42:18

경북부 박승혁
경북부 박승혁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 이전 문제로 포항시-시민단체-포스코 간 갈등과 소모전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가 왜 시작됐는지 되돌아본다면 정말 어이없는 소모전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10월 초,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만든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확정적이었지만 지역에선 '설마'하는 분위기였다. 2021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2000년 민영화 이후 21년 만에 지주회사 전환이 의결됐다.

2022년 1월 28일 임시주총을 통해 해당 안건은 통과됐다. 이날 포스코센터 앞에서는 포항시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이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이미 끝났다는 판단인지 몰라도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이날 이강덕 포항시장의 만남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 설립 배경을 미래신사업 발굴 및 투자라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그러나 포항시민들은 '탈포항'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포스코가 이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었고, 지금의 포스코홀딩스 역할도 예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또 어땠는가. 넋 놓고 있다가 눈앞에 닥치고 나서야 포스코 발전을 위해 희생한 포항시민들을 내세우며 반대를 외쳤다. 일부에서는 본사 이전 갈등을 최고조로 올렸다가 선거승리를 위한 좋은 상품으로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밀어붙이면 포스코 본사 지역인 포항에서 난리날텐 데라고 처음에는 우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포항은 조용했고, 최 회장은 이때다 싶어 성사시켰다.

최 회장은 탈포항에 묘수를 냈고, 이를 알고 있었지만 포항시는 무심했다. 그야말로 절묘한 서로 간 계산법에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설립이 이뤄진 셈이다.

결국 포스코는 지주회사 이전과 같은 시스템으로 포스코홀딩스 주소지만이라도 포항에 돌려주며 일을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포항은 이왕 칼을 빼 든 김에 지역을 위해 업무 특성상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스코홀딩스 실질적 이전 등 이득 될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분명한 건 이번 소모전을 만든 장본인들이 가장 무겁게 책임을 느끼고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 회장은 본사 포항 위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이 시장은 개입할 수 있는 시기를 날려버렸다.

포스코홀딩스 주소지만 포항 오면 그간의 소모전은 낭비로만 남을 것이다. 그래서 포항시민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안을 내놓고 있다.

이제라도 이런 사단을 만든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어 포항시민들 달래는 게 순서고, 그 이후는 다음 책임 있는 사람이 보듬어야 한다. 그래야 잃어버린 1년이 덜 아쉬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