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갈 길 잃어버린 엑스코선

입력 2023-02-16 16:56:49 수정 2023-02-16 18:50:29

한윤조 사회부 차장
한윤조 사회부 차장

15일 오후 찾은 대구종합유통단지 내 엑스코는 황량하다는 말로는 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인적이 드물었다. 작은 두어 개의 행사에 참석하려는 수십 명 남짓 외에는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차량 통행량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큰 행사가 없어 한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인근 쇼핑센터와 호텔, 전자관, 산업용재관 등 거대한 건물들은 대구종합유통단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적막감만 맴돌았다.

22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엑스코와 대구종합유통단지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첫손에 꼽혔다.

그래서 나온 구상이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이다. 동대구역과 경북대, 엑스코를 연결하고, 여기에다 금호워터폴리스, 이시아폴리스까지 연장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대구시가 내놓은 그림은 당초 목적과는 사뭇 어긋나 있었다. 누가 봐도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는 설계였다. 엑스코선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엑스코 없는 엑스코역, 경북대 없는 경북대역 등으로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대구교통공사가 밝힌 기본계획에 따르면 엑스코역과 엑스코 건물은 도보 거리로 500m 떨어져 있고, 사실상 경북대 정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경북대 북문과도 접근성이 떨어져 경북대와 가장 가까운 시청별관(산격청사)역은 400m 떨어져 있다. 경북대역은 이름뿐이고 사실상 복현오거리역에 가까운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역간 간격이 800m 미만인 3호선과 비교했을 때 500m, 400m 떨어진 역을 설계해 놓고 시민들에게 이를 이용하라는 건 억지에 가깝다.

교통공사 측은 이 같은 기본계획에 대해 '사업비'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대구공고역 추가와 건설비 증액 등으로 인해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당시와 비교해 사업비가 9.75% 인상된 상황인데, 15% 이상 사업비가 증가하면 예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엑스코선 건립은 대구 발전의 한 획을 그을 중요한 사업이다. 사업비 문제가 아니라 대구의 향후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설계하는가가 핵심이어야 한다. 역이 적절한 위치에 제대로 잘 놓여지는지에 따라 엑스코와 대구종합유통단지, 경북대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고, 엑스코선 및 전체 도시철도와의 시너지를 통한 효율적인 운영, 도시의 향후 발전까지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주춤했지만 '마이스'(MICE)는 향후 큰 부가가치를 이끌어낼 산업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회의(meeting), 포상 관광, 또는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our, incentive travel, 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 등 복합 전시 산업은 고용 창출 및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커 전 세계 각 도시들이 각축을 벌일 정도다.

2000년 12월 문을 연 대구 엑스코는 '지방 최초'의 전시컨벤션센터라는 타이틀을 쥐었지만, 후발 주자인 다른 도시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구매에 밀려나 맥을 못 추고 있긴 하지만 대구종합유통단지 역시 규격화된 제품보다 구매자 의사에 맞춘 제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세밀한 소재·부품·장비 판매에 특화돼 있다는 강점이 분명하다.

지금 대구시가 건설해야 할 것은 이런 대구의 성장 동력에 제대로 부스터 역할을 해 줄 '엑스코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