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나는 농부처럼 그림 짓는 ‘화부(畵夫)’” 황우철 작가 개인전

입력 2023-02-16 15:39:36

2월 19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
‘발레의 정경’ 주제 신작 선보여

자신의 작품
자신의 작품 '화부' 앞에 선 황우철 작가. 농부처럼 '그림 짓는' 화가의 마음을 담았다. 이연정 기자

철탑이 지나가는 가을 들녘에서 농부들이 추수에 한창이다. 커다란 옥수수 나뭇잎이 깃발처럼 휘날리고, 그 아래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이 보인다.

"농부의 정성이 대단해보였다. 농부가 추수에 들이는 땀과 정성을 보면서, 들녘에 나가 '그림 짓는' 화가의 마음을 담고자 그린 풍경이 바로 이 '화부(畵夫)'다."

황우철 작가는 자신을 그림 짓는 농부라고 한다. 그에게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그림의 소재가 되고 글감이 된다. 지난해에는 매일 글 쓰고 그림 그린 것들을 모아 시화집 '화부'를 e북으로 출간했다.

그의 예술적 끼는 남달랐다. 서울대 서양화를 전공하며 연극반 동아리 활동을 했고, 미국 유학을 하며 사진 영상에 새롭게 눈을 떴다. 뉴욕대 대학원에서 컴퓨터 아트를,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일본 와세다대에서 영화과 박사과정도 밟았다.

그는 시화의 감수성을 품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탄생시켰다. 그가 제작한 장편영화 '타카오 댄서'는 동경영화제에서 월드포커스상을, 단편영화 '빈센트'는 불가리아 영화제에서 영화실험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배우의 의상 하나까지 세세하게 디렉팅해야하지만 그림은 불필요한 것을 빼내다보니 다소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각 분야의 특징을 섞어나가다보면 발전에는 상호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황우철, 소녀와 바이올린, oil on linen, 100x120cm, 2021.
황우철, 소녀와 바이올린, oil on linen, 100x120cm, 2021.

이번 전시에서는 '발레의 정경'을 주제로 한 신작이 전시된다. 특히 바이올린으로 발레 곡을 연습하는 딸을 보고 그린 '소녀와 바이올린' 시리즈는, 음악이 흐르는 듯 다채로운 화면 구성이 돋보인다.

황 작가는 "같은 곡을 연습하더라도 표정과 소리, 내가 느끼는 그날의 감정이 모두 달랐다"며 "바이올린 소리가 어느 날은 시적이기도, 거칠기도, 무겁다가도, 잔잔하다. 그러한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일상 속 한 장면이나 그 때의 감정을 다양한 모습으로 캔버스에 옮겼다. '입술무늬 와인화병과 꽃', '스키 타는 사람들', '산책길', '연인' 등의 작품에서는 그의 마음이 닿은 일상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피카소는 그림 그리는 기술을 쌓는 데 6, 7년이 걸렸지만, 그것들을 내려놓는 데 60년이 걸렸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저도 궁극적으로는 세상으로부터, 대상으로부터,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을 꿈꿉니다. 최종적으로 자유를 획득하는 날까지 캔버스와 마주할 겁니다."

그의 개인전 '발레의 정경'은 19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대구 중구 명덕로 35길 26)에서 이어진다. 053-651-6958.

황우철, 발레소녀와 청색 말, oil on linen, 100x120cm, 2021.
황우철, 발레소녀와 청색 말, oil on linen, 100x120cm,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