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윤근(2·18안전문화재단 이사) 씨의 딸 고 윤지은 씨

입력 2023-02-16 12:53:44 수정 2023-02-16 17:42:46

"엄마아빠 살날 백년이면 뭣 하나, 너 간 곳 내가 가고 네가 다시 온다면 무엇을 망설일까…"

윤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사진 왼쪽)가 딸 고 윤지은 씨의 대학교 졸업식에서 함께 찍은 사진. 가족 제공.
윤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사진 왼쪽)가 딸 고 윤지은 씨의 대학교 졸업식에서 함께 찍은 사진. 가족 제공.

지은아, 내 딸내미야, 그리워 하늘을 휘둘러본다. 딸네집에 가고 싶어 하늘을 바라보며 그곳으로 줄달음치고 싶다. 그리워 그리워 눈물속에 마중나온 너가 보인다.

잠든 시간에도 깨어난 시간에도 빨간 신호등에 멈출 때도 녹색신호등을 지날 때도 엇갈려 오고가는 사람들 속에 딸내미야, 멈춤 없이 그곳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지나온 20년 딸내미야. 나도 그곳으로 줄달음쳐 왔다. 냇물이 바다로 흘러들 듯이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세상의 발길이 밀려오는 지난 추억 더듬으며 그곳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이리가도 저리가도 헤매는 이 없는 길을 딸래미 마중나올 길을 걱정 없이 가련다. 너를 찾아 반겨 맞을 나비집을 지으며 가련다

딸내미야 하늘을 본다. 하늘은 공허하고 내 가슴 가슴 어디에 네가 있어 이토록 그리움이 밀려오느냐, 주지 못한 엉어리진 사랑 가슴속 몸부림치며 눈물 글썽이게 한다.

세월호와 이태원이 중앙로역 화마속으로 나를 몰아넣는다. 국가가 외면한 죽음들이 너희 희생과 판박이라 더 위험한 세상으로 퇴보하게 한 위정자들은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우리의 지나온 노력을 허망하게 무너뜨렸다

2차가해의 꼭지점에는 그들이 있고 재빨리 심기를 읽은 약삭빠른 자들은 참사 유족을 향한 가해와 침묵 동조 두둔이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헤집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재난을 구난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덮고 묻고 은폐하는 것에 익숙해진 그들에게는 참사에서 얻은 교훈은 쓰레기였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세월호는 선체가 기울어갈 때는 방치하고 수면아래 침몰하게 버려졌다. 이태원참사는 헬로원축제는 처음 열린 축제도 아니다 그런데 왜 10·29 참사가 일어났을까?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 후 생명살림천지굿 주무를 맡은 김금화 선생(중요무형문화제 제82-2호)은 굿을 통해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내고, 사건 발생 후 해결 과정에 대한 꾸짖음을 전했다.

"야, 이 쳐죽일 놈들아, 너희 가족들이면 그렇게 함부로 다루겠느냐! 한번 잘 살아보겠다는 무고한 사람들, 무슨 죄가 있었더냐, 열심히 살려던 죄 밖에 없지 않았더냐.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하겠구나.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너희들이 지금 그 죄를 뉘우치느냐. 괘씸하고 오만하고 방자한 놈들…."

김금화 선생의 꾸짖음은 아…, 담배 연기보다 더 먼저 사라졌는가?

딸내미야 아직도 내 귀엔 이태원에서 메아리치는데 또 또 부끄럽다. 아직 살아 있으니 또 부딪쳐야지 이승을 떠날 그날까지 하늘에서 지켜보았겠지 애비의 헤쳐온 지나온 20년 여정 사랑하는 내 딸아 너는 나를 지켜 보고 있겠지.

"누가 우리를 죽였나? "살아남은 우리가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대구시민회관에 걸렸던 대형걸개그림이 뇌리에 박혀 펄럭인다

지은아, 아빠엄마 살날이 백년이면 뭣하나, 너 간 곳 내가 가고 내 딸 다시 온다면 무엇을 망설일까…. 무엇이 아까울까…. 나를 죽여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리움 속에 떠오르는 네 모습 항상 웃고 있구나. 진정한 애비의 사랑, 부끄럽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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