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진 뉴스국 대구권본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72번째 생일이었던 지난 2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는 모처럼 사람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오전 일찍 경기도 시흥을 떠나 사저를 찾았다는 한 60대 지지자는 "지난해에도 몇 번 찾았는데, 얼굴을 한 번도 못 뵈었다. 오늘은 생신인 만큼 반드시 나오실 것이라 생각해 왔다"고 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다른 지지자도 "생일상을 받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한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어젯밤에는 흥분돼 밤잠도 설쳤다"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이곳 사저에 입주한 이후 공개 활동을 극도로 자제했던 박 전 대통령이 생일 축하 행사에서마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두문불출' 행보를 두고 일부에선 '건강이상설'까지 나온다. 지병으로 거동이 어려워 공개적으로 모습을 비추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수감 당시 발가락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고, 지병인 허리 디스크 때문에 병원을 수차례 찾았다. 어깨 부위 수술과 허리 통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잠행이 길어지자 대구의 한 정치 인사는 "진보 진영에는 경남 봉하마을과 평산마을이 있지만, 보수 진영에는 구심점 역할을 해줄 '기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봉하마을은 더불어민주당의 성지(聖地)로, 김해의 주요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복권 없이 사면이 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출소 후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봉하마을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엔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 조그마한 책방을 낸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통령의 '책방 행보'를 놓고 중앙 정치권에 관여를 한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 경우 DJ(김대중)의 동교동과 함께 한국 정치의 뿌리 역할을 한 YS(김영삼)의 상도동 이후 사실상 맥이 끊겼다. 고(故)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살던 연희동에는 군사정권의 잔상이 강하다.
지난해 말 신년 특별사면을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인 논현동도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엔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의 역할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에서 그는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계열에서 그만한 팬덤을 가진 정치인도 드물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이 지역민들과의 만남을 시작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유 변호사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께서 지역민들과의 만남이 힘들었던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 오랜 옥살이에 심신이 지쳤고, 고질적인 발가락 부상이나 디스크 등으로 외출 준비가 덜 됐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일부에선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유영하가 막고 있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간 수성구 등지에서 외식도 하셨고, 주민들과 만나 보시라고 조언도 했다"며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잘 회복되시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시작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시작되고, 사저가 있는 달성 쌍계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북적이는 날이 다시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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