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위어 지음·박아람 번역/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내가 마션을 읽은 때는 공무원 시험을 한창하고 있던 시기였다. 나는 지구인이고 앞으로도 화성에 갈 일은 없지만 왠지 마크 와트니와 나의 상황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원래는 빌딩 숲이 우거진 대구에서 일하면서 공시(공무원 시험)를 준비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며 일하던 학원은 휴원에 들어갔고 나는 일자리를 잃었다.
백수가 된 나는 부모님의 권유로 당시 아버지가 일하시던 청송으로 들어가 산골에서 공부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부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라 불평할 이유가 없는데도 당시에는 화성 같은 그곳이 조금 공포스러웠다. 도시의 밤과 달리 지나치게 조용한 밤도 적응이 되지 않았고, 산책하면 내가 전세를 낸 것마냥 아무도 없는 것도 어색했다. 합격하기 전까지는 대구로 나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어서 친구를 볼 수 없는 것도 갑갑하게 느껴졌다. 마치 행성에 유배된 것 같았다.
마션을 읽기 전까지는 그런 막연한 유배된 것 같은 기분에 빠져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공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나 또한 합격할 수 있을까란 불안감과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메말라가던 차에 마션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와트니가 화성 탈출을 꿈꿨던 것처럼 나는 공시(청송) 탈출을 꿈꿨다.
내가 합격해서 탈출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와트니를 멘토 삼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탑재하고 나니 압박감이 덜해졌다. 와트니에게 비행선에 도착해야 할 디데이가 있듯 나에게도 시험 날이라는 디데이가 있었고, 화성을 벗어나기 위해 매일 해야 할 미션들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한결 공시 행성의 공포스러움이 덜해졌다.
이 책의 매력은 작가의 B급 유머에 있다. 자칫하면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와트니는 주눅 들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재기 발랄하게 말을 이어간다. 마치 자신은 죽지 않을 거란 듯이. 소설의 도입부가 그런 와트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데, 홀로 화성에 갇혔음에도 불구하고 비장하거나 결연하지 않고 중학생 같은 가벼운 말투로 지금과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상황을 요약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나는 공시 초반에 꽤나 비장해 나를 몰아붙였는데 와트니를 보고 나서 그런 건 스트레스만 더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와트니를 따라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쉴 때는 노래도 듣고 잠도 푹 자면서 쉬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애증의 행성에서 벗어났다.
이 지구에서 누군가는 옛날의 나처럼 화성의 모래바람을 느끼며 막막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화성에서 탈출하는 것은 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해서 힘이 들겠지만, 본인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와트니같이 투덜거리되 포기하지 않는 낙천적인 마음으로 그 화성을 탈출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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