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과학기술과 국가 흥망

입력 2023-02-08 19:27:51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동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난공불락 요새였다. 3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천혜의 요지에 세워진 데다 해자에 3중 성벽까지 갖췄다. 하지만 1453년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됐고 동로마제국은 건국 1천123년 18일 만에 멸망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 요인은 여럿이지만 '우르반 대포'가 결정적이었다. 포신이 8.2m에 달하는 이 대포는 609㎏의 포탄을 날려보내 견고한 성벽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 대포 제작자 헝가리인 우르반은 처음엔 콘스탄티노플을 찾아 이교도를 물리칠 대포 제조를 제안했으나 쫓겨났다. 이 소식을 들은 오스만제국 술탄 메흐메트 2세는 우르반을 찾아내 원하는 금액의 4배를 주고 대포를 만들었다. 과학기술을 경시한 동로마제국은 멸망의 길을 걸었고, 수용한 오스만제국은 번영의 길을 걸었다.

과학기술은 국가의 흥망(興亡)을 좌우했다. 과학기술을 존중하고 진흥했던 나라는 융성했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과학기술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대표적 왕이 조선 세종이다. 세종은 최고 인재들을 활용해 해시계 등 탁월한 과학기술 성과들을 창출했다.

우리나라가 수십 년 만에 경제 강국이 된 것도 과학기술 중시가 큰 힘이 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7년 과학기술처 설립 기념사에서 "과학기술 발전 없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신조대로 과학기술의 씨앗을 뿌리고 과학기술 자립 기반을 구축했다. 과학기술처 신설, 과학기술진흥법과 기술개발촉진법 제정, 과학기술 20년 장기 계획 수립, 과학의 날 제정,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한국과학원(KAIST) 설립, 서울연구개발단지와 대덕연구단지 조성, 한국통신기술연구소를 비롯한 분야별 전략연구소 설립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이것이 반도체, 원전 강국을 만든 밑바탕이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박 대통령이 세운 구미 금오공대를 찾아 "국가 발전의 동력은 과학기술이고, 그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비과학적 탈원전 자해로 원전산업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비과학적 방식을 동원해 멀쩡한 4대강 보 해체를 결정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밝힌 윤 대통령 발언이 반갑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