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뻔뻔 끝판왕 조민 vs 정유라

입력 2023-02-07 18:12:42 수정 2023-02-07 20:10:02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신의 한 수라도 된다고 믿었던 걸까. 아버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 3일 만인 지난 6일 딸 조민 씨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방송을 탄 것은 뜻밖이다.

그는 아버지의 실형 선고에 따른 심경을 밝히며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9년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논란이 터져 나온 뒤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한 그는 "난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3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에 여전히 눈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검찰이 저를 최종 목표로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를 했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자성과 자숙의 시간도 모자랄 텐데 그는 "혐의 8, 9건이 무죄 판결이 난 데 대해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였다.

조민 씨의 녹화가 조 전 장관 선고 당일 이루어진 걸 보면 작심(作心) 출연으로 보인다.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떳떳하게 살았다'는 주장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한다. 법원에서 조 전 장관이 부인 정경심 씨와 공모해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을 사실로 인정한 점에 비춰 볼 때 궤변이다. 나아가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때 제출한 '7가지 스펙'이 모두 가짜 또는 위조라는 정 씨 재판부 판결을 부정하겠다는 건가.

조민씨가 6일 김어준씨의 유튜브채널
조민씨가 6일 김어준씨의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조씨가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본인의 의사 자격과 관련해 "의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는 자화자찬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의료계에서는 분노의 소리가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의사 생활 몇십 년간 한 나도 아직 환자 보는 게 두려울 때가 많다"며 "뻔뻔함의 유전자 힘은 무섭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학점 1.13에 장학금도 받는 의사 자질 충분하신 분"이라고 비꼬았다. 한 내과 전문의는 "이쯤 되면 의료계 전체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 아니냐"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급기야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까지 들고 일어선 판이니 이런 블랙 코미디가 없다. 정 씨는 페이스북에 "네가 억울할까, 내가 억울할까"라고 적었다. 그는 "내 승마 선수로서의 자질은 뭐가 그렇게 부족했길래 너네 아빠는 나한테 그랬을까"라며 "웃고 간다. 네 욕이 많겠냐, 내 욕이 많겠냐"라고 조민 씨를 정조준했다. 이어 "불공정은 댁이 아직 의사를 한다는 것"이라며 "내 아시안게임 메달은 위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뻔뻔함의 기저에는 내로남불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그 내로남불은 심리학에서 잘못을 저지른 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방어 시스템 중 하나로 본다. 자기 붕괴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 이중 잣대라는 의미다.

2020년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의 새 버전 격인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가 선정된 적이 있는데 갈수록 가관이다. 내로남불만으로도 모자라 청년들을 다시 좌절에 빠뜨리고, 상식 희롱, 입시 희롱, 의료 희롱, 법원 희롱이 횡행하니 웃픈 요 며칠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지난해 5월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지동교에서 열린 무소속 강용석 경기도지사 후보 출정식에서 지지 발언을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