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반도체 소재 대기업인 SK실트론이 구미 등 경북에 5조5천억 원이라는 큰 투자 결정을 지난 1일 발표한 것과 관련해 투자유치를 위해 뛰어다니는 대구경북 관가는 물론, 산업현장에서 사뭇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에 생산 라인을 깔면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대기업 의사결정자들의 일관된 주장이 재계 서열 2위 SK그룹의 결정으로 인해 충분히 깨뜨릴 수 있는 논리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예전엔 경기도 수원, 요즘은 충북 오송을 대기업 투자의 남방한계선으로 부르며 지방 투자 불가의 벽을 스스로 구축해 왔고, 지방정부들은 이를 난공불락의 성으로 여겼다. 중앙정부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의 전언을 흘리면서 "지방에 가면 사람을 못 구한다는데 우리가 어찌 투자유치를 도와주겠느냐"는 말로 지역민들의 속을 긁어왔다. 한술 더 떠 "수도권 규제를 풀어 대기업들의 투자를 도와줘야 한다"면서 지역균형발전을 거스르는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대구경북은 그동안 대기업의 투자 결단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결정으로 만들어 왔다. 대표 사례가 안동에 둥지를 튼 SK바이오사이언스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성장세가 잠시 주춤하지만 이 회사는 2011년 안동 풍산읍 바이오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은 지 10년 만에 매출 9천200억 원·영업이익률 51%(2021년 기준)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만들어 냈다. 폭발적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가져오면서 경북도청 신도시 주택 수요까지 빨아들이는 선순환 효과도 일궈 냈다.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사실 SK그룹의 이번 구미 투자도, 10여 년 전 개시된 안동 투자도 "반도체는 수도권에 해야겠으니 다른 걸로 해 보겠다"는 일종의 대안 투자였다. 아쉬움도 남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지방시대를 공언한 중앙정부를 지렛대로 삼아 투자유치의 일대 전환을 일궈 내는 한 해를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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