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박정희와 윤석열

입력 2023-02-06 20:12:02 수정 2023-02-09 07:52:40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어떤 행위가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지, 타인의 권리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는 그 행위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그 행위가 벌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때가 많다.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나 공간이 내 소유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가령, 내 집에서 발을 소파에 올리고 큰 소리로 떠들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행위이지만, 공공 극장에서 같은 행위를 하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많은 경우에서 우리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하는 것은 재산이다. 개인에게는 사유 재산이, 국가에는 국가 부(富)가 많을수록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하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한 개인이 보장받는 자유와 인권의 크기는 자국의 국력에 비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생명과 자유, 인권을 지키고 신장하자면 부지런히 부를 쌓아야 한다. 나라에 부자가 많을수록, 국부(國富)가 늘수록 보편적 인권도 강화된다. 국부의 증가와 사회복지 확대의 비례적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70, 80대 이상 세대가 앞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가난과 폐허, 절망뿐이었다. 지도층이 부패했던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난과 폐허 속에서 인간은 자유와 인권, 양심은커녕 기본적인 안전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가난하고 절망적인 나라가 세계 10대 강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진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정희 세대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가발을 만들어 팔던 나라를 중화학공업의 나라로 키웠다. "자동차가 없는데 경부고속도로를 닦으면 부자들이 기생 데리고 유람밖에 더 하겠느냐"는 저명한 경제학자는 물론이고 야당 의원들의 극렬 반대를 무릅쓰고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중화학공업과 경부고속도로가 한국을 세계 6대 무역 강국으로 이끈 일등 공신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박정희는 과학과 기술 발전, 인재 양성을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국가발전계획의 중요한 부분으로 추진했다. 대한민국의 부(富)는 그렇게 축적되었다.

20세기 이후 우리나라 청년들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고, 자기 주장을 똑 부러지게 펼치며, 선진국 청년들에게 기죽지 않는 것은 그들이 선배 세대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나라가 부유한 덕분이다. '박정희 세대'는 우리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가난하고 조악한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가장 부유하고 세련된 유산'을 물려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구미 금오공대에서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가 살아남는 길은 오로지 뛰어난 과학기술 인재를 많이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관을 찾아 방명록에 '위대한 지도자가 이끈 위대한 미래, 국민과 함께 잊지 않고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썼다.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이 걸었던 길을 지지하며, 자신도 그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책임이 기성세대인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미안하다"며 청년들을 달래는 말 외에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며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가는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