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엄마 가출·아빠 병으로 잃은 세 자매…집안은 늘 엉망진창

입력 2023-02-07 06:30:00 수정 2023-02-07 08:51:01

엄마는 다단계 사기 당해 빚 남기고 8살도 안 된 세 자매 버리고 가출
유일한 버팀목 아빠, 힘들게 일하다 간경변으로 세상 떠나
할아버지·할머니와 150만원으로 생활…급식카드 최대한 아끼고 아껴

어린 시절 엄마의 가출에 이어 지난달 간경변증으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를 여읜 선주(가명·19), 연주(가명·18), 주경(가명·15) 세 자매가 엉망진창인 방 안에서 아버지 생각에 슬퍼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어린 시절 엄마의 가출에 이어 지난달 간경변증으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를 여읜 선주(가명·19), 연주(가명·18), 주경(가명·15) 세 자매가 엉망진창인 방 안에서 아버지 생각에 슬퍼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빵!빵!

어느 무더운 여름날, 6차선 도로가 혼란에 휩싸였다. 횡단보도 한가운데 멈춰 선 여자아이 하나 때문이었다. 매서운 경적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하얀 민소매 원피스 밑으로 보이는 아이의 기저귀가 노랗게 물든다. 아이는 그저 엄마를 쫓고 있었다. 제 딴에는 뒤뚱뒤뚱 열심히 뛰었을 테지만, 두 돌도 안 된 아이가 제시간에 건너기엔 벅찬 거리였다. 물론 운전자들이 이러한 사정을 알 길이 없었다.

빠아앙!!!

그제야 건너편까지 뛰어갔던 아이의 아버지와 두 언니가 되돌아왔다. 멀어지는 아내, 멀어지는 엄마를 포기하고서. 아버지는 한 팔로는 울고 있는 막내딸을 들어 안고, 다른 팔로는 나머지 두 딸을 감싸 안았다.

"얘들아, 이젠 집에 가자…."

아버지 품에 안긴 막내딸은 길 건너편을 응시했다. 그 어깨 너머로 허겁지겁 택시에 짐을 싣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이뤄진 엄마의 가출은, 참 성공적이었다.

◆ 다단계 사기 당한 뒤 세 자매에게 빚만 남기고 가출한 엄마

2009년 그날부터 선주(가명·19), 연주(가명·18), 주경(가명·15) 세 자매의 삶에 '엄마'는 없었다. 그래도 아빠가 있어 괜찮았다. 아버지 김부환(가명) 씨는 특유의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세 딸을 소중히 키웠다.

정작 자신도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꿀 만큼 가난했지만, 형편이 안 좋은 짝꿍에게 늘 자신의 도시락을 나눠줄 만큼 부환 씨는 정이 많았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돈을 벌기 위해 곧바로 대리운전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24살 때, 동갑이면서 자신과 똑같이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를 알게 됐다. 소녀가장으로서 부모님 없이 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아내 역시 성인이 되자마자 이 일을 시작했다.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은 금방 사랑에 빠졌다. 돈이 없어 정식으로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부부는 뚜렷한 직업 없이 대리운전, 택시 운전, 과일 트럭 장사, 고물 장사 등 되는 대로 일을 하며 함께 살림을 차려 나갔다.

가정을 꾸리고 1년이 지나 첫째 딸 선주가 태어났고, 이후 연주와 주경이를 낳으며 다섯 식구가 됐다. 동생들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었던 아내는 자식까지 생기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그러다 결국 아내는 사촌 오빠의 꾐에 넘어가 다단계 사기를 당해 많은 빚을 내고 말았다. 궁지에 몰린 아내는 더 나쁜 선택을 했다. 2009년 여름, 부환 씨와 세 딸을 근처 대형마트로 보낸 뒤 아내는 집의 모든 통장과 현금, 금품을 챙겨 가출을 시도했다.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휴대폰은 부숴서 집에 두고 갔다. 그러다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가족들과 집 근처에서 마주치면서, 아직 초등학교도 안 간 어린 딸들이 도망치는 엄마를 뒤쫓는 슬픈 상황까지 펼쳐졌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을 때 아내에게서 이혼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 왔고, 이미 깊은 상처를 받은 부환 씨는 별말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 세 자매 지극정성 병간호에도 세상 떠난 아버지, 남은 건 격해진 가난뿐

그때부터 세 자매는 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됐다. 부환 씨는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홀로 세 딸을 키우고 연로한 부모님까지 모시느라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거의 공사장에서 보냈다. 그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년 전쯤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를 크게 내면서 병원비와 사고 뒷수습 비용으로 수천만원이 들었다. 아내가 진 빚을 청산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 교통사고로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가장인 부환 씨가 2년 전 복수 증상을 동반한 간경변 진단을 받으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20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여섯 식구가 생활하게 됐다.

돈을 벌어야 한다며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약만 먹으며 버티던 아빠는 지난해 11월 혈변까지 누는 등 병세가 심각해졌고, 결국 다음 달 중순쯤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때 의사는 세 자매에게 아버지의 간 수치가 정상 수치를 훨씬 벗어났으며, 이 상태로는 1주일 안에 돌아가실 수도 있으니 마음을 먹고 있으라고 말했다. 절망적이었지만 세 자매는 하루씩 교대로 병원에 가서 아버지 병간호를 했다.

어린 학생들로서는 하기 힘든 대소변 받아내는 일까지 꺼리는 기색 없이 척척 해냈다. 특히 맏언니인 선주가 병원 알아보는 것부터 병·간병비 지원 등에 필요한 서류 처리 등 일까지 도맡아 한다고 고생이 많았다. 출석일수를 맞추기 위해 학교는 아침에 얼굴만 비추러 가고, 하루 종일을 동사무소와 병원에 오간다고 동분서주했다. 이러한 세 자매의 노력에도 아버지는 지난달 초 향년 45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이제 세 자매는 아무런 방파제 없이 '가난'이라는 파도를 맞닥뜨려야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매달 200만원씩 나오던 수급비도 이번 달부터 150만원으로 줄었다. 이 돈으로 5명이 매달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하다. 할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두 다리에 수술 15번을 한 이후 거동이 불편하시고 74세 고령의 할머니 또한 집 내부 화장실에 갈 때도 부축이 필요할 만큼 관절 상태가 안 좋다. 경제활동은 커녕 청소나 빨래, 요리를 해줄 어른도 없는 상황이라 집안은 늘 엉망진창이다. 세 자매 모두 방학 동안 쓸 수 있는 급식카드로 최대한 아끼고 아껴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컵라면을 사 먹고 있다. 이마저도 곧 방학이 끝나기에 앞으로가 막막하다.

낡은 창틈으로 매서운 칼바람이 들어온다. 매년 겨울 아버지가 비닐로 창을 봉쇄해주곤 했지만, 이제 그렇게 해줄 아버지가 없다. 최근 보일러와 전기장판까지 고장 나는 바람에 세 자매와 할머니는 두꺼운 이불에만 의존하고 있다. 패딩을 껴입기까지 했지만 차가운 집 공기에 세 자매는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 한다. 아버지의 빈 자리가 유독 시리게 느껴지는 겨울밤이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주)매일신문사(이웃사랑)

▶DGB대구은행 IM샵 바로가기

(https://www.dgb.co.kr/cms/app/imshop_guide.html)


https://www.dgb.co.kr/cms/app/imshop_guide.html

[지난주 성금내역]

◆반강제 결혼한 전 남편에게 외도·가정폭력 시달리다 사기까지 당해 2억 원 빚 생기고 원룸에서 쫓겨날 위기인 서신애 씨에게 2,700만 원 전달

반강제 결혼한 전 남편의 외도·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사기까지 당해 2억 원의 빚을 떠안고, 하나뿐인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원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서신애(매일신문 1월 17일 자 10면) 씨에게 2천7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김재연 5만원 ▷이강준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권오영 1만원 ▷김태상 1만원 ▷안영숙 1만원 ▷이영수 1만원 ▷'성영아' 1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 ▷'소액지원' 2천원 ▷'나중에더많이' 1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집단폭력에 시달리다 희망을 품고 대구에 왔으나 불운한 사고가 겹쳐 다리 부상에 손가락까지 절단된 박무일 씨에게 1,894만 원 전달

고아원에서 집단폭력에 시달리다 희망을 품고 대구에 왔으나 연달아 일어난 불운한 사고로 다리 부상에 손가락까지 절단된 박무일(매일신문 1월 31일 자 10면) 씨에게 46개 단체, 142명의 독자가 1천894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세원정공물산 100만원 ▷대구공공관리시설공단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주)한라개발 5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주)태린(배민경) 40만원 ▷(주)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주)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김영준)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주)로피스해운항공 5만원▷(주)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루멘안경(채양수)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주)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바바헤어구리점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김상태 100만원 ▷이정추 90만원 ▷김진숙 5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전호 안대용 각 20만원 ▷곽용 김순향 김은선 성현탁 윤경숙 장정순 전시형 정구영 조득환 최창규 각 10만원 ▷김정윤 김해윤 박상훈 박원경 박정희 백미화 변대석 서정오 송미림 신광련 윤선희 이경자 이승조 이종하 임채숙 전우식 정원수 최종호 최한태 각 5만원 ▷강정현 권규돈 김경태 김나은 김서영 김준홍 김태욱 김택동 박소현 변현택 이대성 이서연 이서현 이석우 이혜경 조진우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 ▷김복만 김태천 남영희 류휘열 문민성 박병기 방태표 배영철 서숙영 송재일 송희성 안현준 이경민 이운호 이재민 이재열 이해수 이현경 정주현 차수환 천정창 홍준표 황보영희 각 2만원 ▷최지원 1만5천원 ▷곽민정 권오영 권유진 김다영 김삼수 김성진 김은영 김희정 나수미 문석 박애선 박인배 박진우 박태용 박홍선 배상영 백진규 서은주 오아영 우순화 우철규 유귀녀 유명희 이병순 이상민 이운대 이정현 정범수 정서원 정영숙 정운섭 정준홍 조영식 지호열 최경철 최병철 최수현 한정혜 각 1만원 ▷이현주 7천원 ▷김인희 배명순 서형덕 손규리 손희정 이시은 조용인 각 5천원 ▷권두영 3천원 ▷김서연 이장윤 각 2천원 ▷김기만 최연준 각 1천원

▷'김지' '박무일씨 힘내세요' '주님사랑' 각 10만원 ▷'욕실 설치 꼭 하시' '일하는손' '재원수진' 각 5만원 ▷ '석희석주' '어려운시기극복' '해만진주이안' 각 2만원 ▷ '박경민(온리원)' '지현이동환이' '한동엽 기부' 각 1만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