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 류성룡 영문 전기 펴낸 최병현 한국고전전세계화연구소 소장

입력 2023-02-05 15:22:09 수정 2023-02-05 17:47:08

"한국 고전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인물의 세계화 또한 못지않게 중요"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출판…생애·임진왜란·한중일 갈등, 격변 시대적 초상화이자 담론으로 평가
"영역을 한다면 박지원의 '연암집' 전기는 정약용…이순신 등 생각 중"

최병현 한국고전세계화연구소 소장이 최근 서애 류성룡의 영문전기
최병현 한국고전세계화연구소 소장이 최근 서애 류성룡의 영문전기 '조선의 재상 류성룡: 전장에서, 기억 속에서'(Ryu Sŏngnyong, Chancellor of Chosŏn Korea: On the Battlefield and in Memory)를 미국 버클리대학 동아시아연구소 (IEAS)를 통해 출판했다.
서애 류성룡의 영문전기
서애 류성룡의 영문전기 '조선의 재상 류성룡: 전장에서, 기억 속에서'(Ryu Sŏngnyong, Chancellor of Chosŏn Korea: On the Battlefield and in Memory)

"한국고전의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한국인물의 세계화 또한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역사적 인물들이 세계무대에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영문학자이자 고전번역가인 최병현 한국고전세계화연구소 소장이 최근 서애 류성룡의 영문전기 '조선의 재상 류성룡: 전장에서, 기억 속에서'(Ryu Sŏngnyong, Chancellor of Chosŏn Korea: On the Battlefield and in Memory)를 미국 버클리대학 동아시아연구소(IEAS)를 통해 출판해 화제다.

이 책은 류성룡의 생애, 임진왜란, 한중일의 갈등과 격변을 그린 시대적 초상화이자 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 학자들은 "기념비적인 학문적 업적"이라고 평했다.

최 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고전을 영역, 세계화하는 일을 해왔다. '징비록'(UC 버클리대학, 2002), '목민심서'(캘리포니아대학, 2010), '태조실록'(하버드대학, 2014), '북학의'(하와이대학, 2019) 등을 최초로 영역, 한국고전의 세계화에 기여해왔다.

류성룡의 영문 전기는 '고전의 세계화'에서 '인물의 세계화'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한국학의 방향과 세계화 작업에 큰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소장은 "한국이 세계에 내세울 역사적 인물들이 결코 적지 않음에도 세계에 무명인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들을 상세히 알릴 수 있는 영문 전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으로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구국의 지도자였다. 그는 이순신 장군을 기용해 적을 바다에서 물리칠 전략을 수립했다. 명나라가 사신을 보내 광해군으로 국왕을 교체하려 했을 때는 전쟁 중에 국가의 혼란만을 가중시킨다는 논리로 선조를 구했다. 전쟁이 명과 왜의 일방적인 평화협정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훈련도감 창설을 비롯해 각종 개혁프로그램을 단행했다. 명과 왜가 한반도를 분할해 나눠 가지려는 음모를 간파하고 이를 저지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가자 선조와 정적들은 전쟁의 책임을 그에게 돌리고 탄핵은 물론 목숨마저 빼앗으려 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후세를 위해 '징비록'을 저술했다.

최 소장은 "모든 전쟁은 전장과 기억 속에서 두 번 싸우게 된다. 전쟁은 끝났지만 류성룡에게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기억 속의 전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소장은 류성룡의 선비적이면서도 영웅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자료의 부족 등 힘든 점도 많았다. 임진왜란 관련 자료는 넉넉했지만 류성룡의 삶 자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다. 최 소장은 류성룡이 읽었을 법한 모든 책을 읽어보고, 만나고 교류했던 인물, 명과 일본인들도 조사했다.

최 소장은 "임진왜란이 7년 걸렸는데, 전기 또한 7년이 걸렸다"면서 "때로는 그림자를 보고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없지 않았지만 그의 정신과 마음만은 실제에 가깝게 그렸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90년대 메릴랜드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할 때 마땅한 텍스트가 없어 고초를 겪었다. 이 같은 경험이 고전번역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그는 "앞으로 영역을 한다면 박지원의 '연암집'이 떠오르고, 전기라면 정약용이나 이순신, 세종대왕, 허균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요즘 인공지능(AI)을 통한 한국고전번역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최 소장은 "만일 AI 기술로 수만권에 달하는 한국의 역사나 기록 등을 영역해 세계화시킬 수 있다면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