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몰린 소아·응급 의료 현장…60세 이상 의사 급증

입력 2023-01-31 16:46:03 수정 2023-01-31 21:39:38

필수 의료 분야 지원 하락에 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
분만·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갈수록 감소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주최로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주최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1일 중증·응급·소아 등의 의료 체계를 개편하고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의 기반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제대로 된 수술을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필수 의료 분야에서의 인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역 내에서도 필수 진료 과목을 중심으로 한 인력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올해 대구 수련병원 내 필수 진료과목으로 꼽히는 분야의 지원율은 ▷내과 97.5% ▷외과 54.5% ▷산부인과 41.6% ▷소아청소년과 0%로 모두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현재 우리나라는 응급의료센터나 권역심뇌혈관질환 센터 등 중증·응급질환 대응체계 자체는 갖추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취약 시간대가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급성심근경색 응급환자의 11.2%는 최초 병원에 이송된 후 다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한 중증 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내에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하는 비율은 2018년 50.3%에서 2021년 51.7%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여파로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18∼2021년 분만 의료기관 중 의원은 279곳에서 218곳으로 61곳이 감소했고, 병원은 145곳에서 132곳으로 13곳 줄었다. 이 기간 종합병원도 86곳에서 79곳으로 7곳 감소했다.

저출산, 저수가로 이중고를 겪는 소아청소년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3천308곳에서 3천247곳로 61곳이 줄었다.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해당 분야 의사의 연령대도 갈수록 높아지는 점도 문제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과목 의사의 60대 이상 비율은 2011년 8.1%에서 2020년 13.9%로 증가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7.9%에서 23.4%로 거의 3배 급증했고, 산부인과 의사 경우 3명 중 1명(33.1%)이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편,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0일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고, 필수의료 강화 및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를 논의해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