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 공장 부도…고등학교 자퇴·대학 진학 포기
사업 성공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가정 풍비박산
페인트업 하며 허리 망가져…생계비 지원으로 생활
물건 짚어야 겨우 설 수 있는 몸…다시 걷는 게 소원
박상호(65·가명) 씨에게 집은 '감옥'이다. 아픈 허리 때문에 거실이나 화장실로 이동하는 것도 힘에 부쳐 온종일 방 안 의자에 앉아 지내기 때문이다.
척추 질환과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상호 씨는 매일 밤잠을 설친다. 해가 뜨고 난 뒤 아침이 돼서야 선잠이 드는 그는 하루 수면 시간이 두세 시간 정도라고 했다. 평일 오후 2시에 방문하는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아 겨우 끼니를 해결하고 대화 몇 마디를 나누는 게 상호 씨의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상호 씨는 "걷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지팡이에 의지해도 몇 걸음 걷는 게 고작인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삶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다.
◆집안 어려워 대학 포기한 뒤 사업 시작…외환위기로 가정 깨져
상호 씨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직물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남매 중 넷째였다. 사업하는 아버지는 술자리가 잦았고 가정은 그리 평탄치 못했다. 상호 씨는 어머니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시는 모습을 보며 컸다.
상호 씨가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중국에서 값싼 직물이 유입돼 아버지 공장이 부도가 났다. 가정을 놓아버린 아버지 대신 생활력 강한 어머니가 있어 가족들은 배는 곯지 않고 자랄 수 있었지만, 불운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맘때쯤 상호 씨가 크게 아팠다. 늑막염으로 반년간 병원에 입원해 유급을 피할 수 없었던 그는 친구들과 학년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상호 씨는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대학 진학을 꿈꿨다. 가고 싶었던 대학에 붙었지만 집안의 빚 때문에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요원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다친 마음을 안고 전국 각지를 오가며 DJ 보조, 식당일 등을 하며 방황하던 그는 이십 대 초반 군에 입대했다.
군 제대 후 갖은 일을 하며 지내던 상호 씨에게 인연이 찾아왔다. 이십 대 후반 여자친구와 결혼해 포항으로 거처를 옮긴 상호 씨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시장에서 의류 사업을 시작했고, 물건을 싸게 팔며 크게 성공했다. 그러면서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았고, 식당과 식품 공장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상호 씨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었다. 배우자와 이혼하며 아이들과도 영영 헤어지게 됐다. 경매에 넘어간 집을 대신 사준 지인 도움으로 상호 씨는 2천만원을 받았고, 대구로 돌아와 월세방을 전전하다 부모님 댁으로 들어갔다. 부모님은 이혼과 사업 실패로 힘들어하는 그를 보듬어 줬다.
◆척추 질환으로 거동 어려워…"걷는 게 소원"
이후 상호 씨는 화장품 판매, 부동산업, 장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하지만 인생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사십 대 후반 페인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원래 좋지 않던 허리가 심하게 망가졌다고 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방치했던 허리 통증은 결국 큰 병이 됐다.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척추협착 및 척추전방전위증이 된 것이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예순이 될 때까지 일하던 상호 씨는 7년 전부터 허리를 거의 못 쓰게 되며 일을 그만뒀다. 그는 3년 전부터 마비 증세가 더욱 심해져 다리를 절게 됐다. 이제는 20m 이상 걷게 되면 엉덩이부터 발끝까지 열이 나고 감각이 사라져 마비가 온다. 평소에도 통증이 심해 똑바로 누워 잘 수 없고, 사물을 짚지 않으면 집안에서도 움직이기 힘들다.
방법은 허리 수술 밖에 없는데 가격이 만만찮다. 개복 수술은 1천만원이 훌쩍 넘고, 레이저 수술도 1천만원 가까운 돈이 든다. 상호 씨는 의료 급여 대상자이지만, 허리 수술은 비급여라 자부담이 크다. 그가 매달 받는 생계비와 노령연금은 60만원 정도인데 각종 공과금과 식비를 지출하고 나면 생계비는 거의 남지 않는다. 게다가 상호 씨는 십여 년 전 생긴 카드 부채로 신용불량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할 돈을 마련할 길은 더욱 요원하다.
이외에도 상호 씨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심장 질환,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다. 성한 곳이 없는 몸 때문에 매일 수십 알의 약을 복용해야 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는 집 앞에 나가는 것도 힘이 들어 온종일 방에 갇혀 있는 상호 씨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는 동안 삶의 낙도 안부를 주고받을 지인도 모두 잃었다고 한탄했다.
다시 걷게 되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상호 씨. 그는 건강이 회복되면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너무 좋다는 그는,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미래를 꿈꾸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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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루게릭병 남편 온종일 간호하는 배성미 씨에 2,452만원 전달
갑작스레 루게릭병이 찾아온 남편을 온종일 간병하며 기적만 바라는 배성미 씨(매일신문 6월 3일 12면 보도)에게 2처452만3천4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태원전기 100만원 ▷국민법무사 김태원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배정준 5만원 ▷방일철 3만원 ▷하혜련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균섭 1만원 ▷도은희 1만원 ▷김진혹 5천원 ▷김건율 2천원 ▷이장윤 2천원 ▷'재원수진' 5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혼자 다섯 가족 돌보는 한민선 씨에 2,249만원 성금
지적 장애가 있는 남편과 두 아이에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한민선 씨(매일신문 6월 10일 12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159명의 독자가 2천249만5천12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광주사랑방(김선영)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민들레부엌(장무성)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장시원속시원(김종명)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김대일세무회계사무소 2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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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이충성박지혜' 20만원 ▷'배성미씨에게'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김요한(영달)' 5만원 ▷'힘내세요' 3만5천원 ▷'용혜성(한민선후원)' '최성열(한민선성금)' 각 3만원 ▷'6.10.이웃사랑' 2만원 ▷'민선님돕기' '민선씨후원금' '사랑' '석희석주' '우리편혜리사' '조희수힘내세요' '청명(고나배정)' '하나님의사랑' 각 1만원 ▷'수민' '시환' '은빈' '조금이라도돕기' 각 5천원 ▷'잔액돕기' 1천573원 ▷'돕자돕자' '돕자돕자복나누자힘' 각 500원 ▷'돕기' 2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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