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소환돼서 조사를 받는 풍경은 낯설다. 제1야당 대표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토착 비리' 혐의로 직접 검찰에 출석, 포토라인에 선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장관 등 고위공직자의 경우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 공직을 내려놓고 응한 것이 그동안의 상식이었다. 대장동 특혜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는 모두 이 대표가 중앙 정치권에 진입하기 전인 성남시장 시절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이 대표의 처신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던 이 대표가 검찰의 추가 소환에 응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아마도 소환을 거부함으로써 수사를 회피하는 것으로 비치기보다는 정치적 탄압을 받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국민들에게 적잖은 피로감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의 허위 사실 유포라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로서는 대장동과 백현동 의혹 및 성남FC 의혹 등으로 추가 기소될 경우, 차기 대선 출마는 고사하고 정치생명도 기로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해외로 도피했다가 태국에서 체포돼 구속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도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또 다른 뇌관으로 남아 있다. 여론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이 "없는 죄를 만들어서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탄압받는 '약자 코스프레'를 강화하고 있지만 소위 '개딸' 등 강성 지지층 외에는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까지 들먹이고 있지만 정진상과 김용 등 최측근 인사들이 모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대표의 주장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가 모두 유죄라고 추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대표로서는 가히 사면초가 상황이다.
이 대표가 붙잡고 있는 마지막 희망은 차기 대선에 재도전해서 대권을 거머쥐는 '이재명의 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받고 있는 비리 혐의에 대한 시인은 물론 사과도 하지 않고 묵묵히 법정다툼을 하는 조국의 길을 걷기로 한 듯 보인다.
그를 압박하는 카드는 당의 분열이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뜻이 없다는 점이 확고해질수록 이 대표와 정치 노선을 달리하는 '비명계'와의 결별은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시나리오인 것 같다.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이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공천 학살을 단행하는 동시에 총선을 진두지휘할 경우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보장되기는커녕 총선 참패가 확실시된다면 민주당의 분열은 명약관화해질 것이다.
당장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마저 잃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처장을 모른다고 함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판이 대법원 판결까지 1년 이내에 정상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올 하반기에는 국회의원직을 잃을 수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조국의 강도 건너지 못한 민주당은 다시 가로막은 '이재명의 강을 건너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고조될 것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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