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일하는 할배

입력 2023-01-30 19:24:43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취업자 2천780만8천 명 중에서 60세 이상이 568만5천 명으로 20.4% 비중을 차지했다.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처음이다. 일하는 사람 5명 가운데 1명이 '어르신'이라는 말이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와 30대의 비중은 각각 13.4% 및 19.2%에 불과했다. 특히 20대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12년 14.1%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2월에는 13.4%까지 떨어졌다. 일하는 청년을 주변에서 보기 힘든 이유이다.

은퇴 연령 이후에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 일꾼은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2055년 기금이 바닥나고 연금 가입자는 월소득의 26.1%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금 개혁의 결론은 어쩌면 간단하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보험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것'이다. 논란의 초점은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더 늦게 받을 것이냐 하는 것뿐이다. 국회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 27~28일 국민연금 개혁 초안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고, 현재 9%인 연금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까지 상향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늦추자는 의견도 있었다. 60세 정년을 하더라도 7년이라는 '연금 공백 기간'이 발생하니, '정년 연장'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칫 안 그래도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를 기성세대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기득권이 강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최근 크게 증가한 어르신 일자리라는 것도 주로 정부가 세금으로 공급하는 '복지형 일자리'로, 국민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청년들에겐 그들에게 걸맞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어르신들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산업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회·경제 개혁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만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고, 시설과 설비·환경을 어르신 친화적으로 구축해 '제2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인생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