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아무리 깊고 길다 한들 봄을 이길 순 없으며 아무리 권력이 크고 강하다 해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대장동·위례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이다. 올겨울 최강 한파 속에 검찰에 출석하는 피의자의 절박한 심경을 잘 담아낸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진술서는 물론이고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도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로서 제기돼 있는 각종 의혹에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헌법에 보장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법률가인 그는 검찰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검찰이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한 셈이다.
그가 '조국의 길'을 따르려는 것이 명확해졌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기소된 것이 2019년 12월이었고 2020년 1월에는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앞서 기소된 부인 정경심 전 교수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의 유죄가 확정됐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재판은 지난 정부 내내 진행되지 않다가 정권교체 후 속개, 1심 선고가 기소 3년여 만인 내달 3일로 잡혔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기소 내용을 인정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등 고위 공직을 지낸 것만으로도 아내가 실형이 확정되고 같은 혐의로 자신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부끄러워하는 것이 상식이다.
대신 그는 국립대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급여를 받고,'조국의 시간'을 시작으로 '가불선진국' '그대가 조국 스토리북' '조국의 법고전 산책' 등 4권의 책을 출간하는가 하면 '그대가 조국'이라는 다큐 영화에 직접 출연, 개봉하는 등 '후흑(厚黑)의 길'을 택했다. '후흑학'에 있어서는 조 전 장관과 막상막하라고 할 만한 이 대표로서는 조국의 길이 곧 이재명의 길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제1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서 지켜야 할 기득권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과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았다"는 조 전 장관의 공허한 토로는 '검사 독재정권'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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