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처럼 표류하는 투명한 존재처럼…전시 ‘인공식물’

입력 2023-01-22 06:30:00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올해 첫 전시
김진주·최령은 작가 협업…3월 26일까지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인공식물' 전시가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전경. 봉산문화회관 제공

해면이 유영하듯 커다란 잎이 아래위로 움직이고, 세로로 긴 원통형 안의 심장은 밝은 불을 밝히고 있다. 뿌리가 땅에 박혀있지 않고 부유하는 식물의 모습은 외롭고 상처받은 채 표류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봉산문화회관이 2023년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의 첫번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인공식물(Artificial Plant)'.

2층에 위치한 유리상자(아트스페이스)는 전시공간 밖에서 유리를 통해 관람객이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곳으로, 설치 작품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두 명의 작가는 공모 당시 '공간 확장'이라는 주제에 대해, 유리상자 공간을 실존하지 않는 투명한 수조로 변형하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희미한 삶의 간극들을 기계적 메커니즘을 이용한 키네틱 아트 형식으로 구현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며 "심사위원은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작가의 패기와 도전이 묻어나고 용기와 실험정신이 깃든 작품으로, 공모 취지와 부합한다는 호평을 했다"고 말했다.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인공식물' 전시가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전경. 봉산문화회관 제공

두 작가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삶의 방식에 대한 의문까지 다양한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숨가쁘게 변화하며 결과값에만 집중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가 지나치는 수많은 공백과 간격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그들은 작가노트를 통해 "첫눈에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낯선 모습의 식물들은 투명한 공간에 투명하게 존재하며, 서로의 관계를 애써 외면하고 간격을 지나쳐버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사한다"며 "삶이 표류로만 그치지 않고 항해가 되길 원한 우리는 삶의 간격을 생명 순환 속 어느 현상까지 도달하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통로'로 의미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다른 통로가 숨쉬는 유리상자의 공간을 마주하며, 관람객들이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디디며 죽음을 향해 찬란하게 흘러갈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매칭 평론가인 서희주 인문예술공동체 아르케 대표는 "두 작가의 협업 작품은 생명에서 시작돼 공생으로, 그리고 죽음이라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는 생명체의 일련의 과정을 담고있다. 관객들은 유리벽 너머 작품을 의심의 여지 없이 유한한 생명을 지닌 하나의 생명체로 감각하게 된다. 생명체의 움직임은 살아있음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사유를 통해 더 심오한 내면으로 안내한다"고 평했다.

조 큐레이터는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인공식물'이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자세부터 생명에 대한 고찰까지,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싹틔울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2월 25일 오후 3시에는 시민참여 워크숍이 예정돼있다. 참가자들은 유리상자 작품을 관람한 뒤, 연상되는 생각을 마인드맵으로 제작하고 토론하게 된다.

전시는 3월 26일까지 이어지며 설 연휴기간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홈페이지(www.bongsanart.org)를 비롯해페이스북(bongsanart), 인스타그램(bongsanart_), 트위터(@bongsanart) 등에서 관련 소식을 볼 수 있다. 053-661-3500.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인공식물' 전시가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전경. 봉산문화회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