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룰과 일정은 정해졌지만 누가 대표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아직 예상 후보 중 나경원과 유승민이 출마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새로 변경된 경선 룰에 따라 열리게 될 결선투표가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현재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은 2000년대 들어서서 보지 못한 경선 모습이다. 일반 국민뿐 아니라 당원들도 심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먼저 대통령실의 대표 경선 관여 논란이다. 적어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3권 분립의 정신과 정당의 독립성을 위해 진보·보수 정당 모두 총재라는 당의 수장 대신 대표 체제로 바뀐 이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실에서 대표 경선에 직접적 관여는 자제해 왔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치 민주화 과정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러나 20여 년간 이어져 오던 이러한 관행은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두 번째는 현역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의 개입이다. 지금까지는 대표 경선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은 캠프에 참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특정 후보 지지 여부에 대해 말을 아껴 왔다. 그 이유는 선거의 불공정 시비와 함께, 공천권 줄 대기 의혹이나 당의 분열을 우려해서이다. 그러나 이번 대표 경선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초선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현역 단체장까지 입장을 내고 있다. 마치 내전의 모습이다.
이렇게 당 대표 경선은 대통령실 개입 논란과 현역 의원 및 현역 단체장들의 참전으로 세몰이가 나타나는 가운데 윤심과 당심 그리고 당심 중에서도 국회의원과 실제 대표 경선에 투표하는 책임당원 당심의 역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되다 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 미궁으로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시점에서 그나마 누가 당 대표가 될 것인가를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여론조사이겠지만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1차 경선에서 승부가 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번 주 발표된 당 대표 조사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뉴시스 의뢰로 14∼16일 진행된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 조사의 국민의힘 지지층(397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힘 대표 지지율은 김기현 35.5%, 나경원 21.6%, 안철수 19.9%였으며, 뉴스핌 의뢰로 15∼16일 진행된 알앤써치 조사의 국민의힘 지지층(430명)에서는 김기현 35.0%, 나경원 23.3%, 안철수 18.0%였다. 13일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하기 전 한길리서치 7∼9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나경원 30.7%, 김기현 18.8%, 유승민 14.6%, 안철수 13.9%)과 비교해 보면 김기현이 나경원을 역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김기현이 역전을 해서 앞서기는 하지만 과반을 넘기거나 압도적으로 앞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 후보 구도 문제와 변경된 결선투표가 마지막 변수가 된다. 지금 대표 경선은 마치 친윤 후보 vs 비(非)친윤 후보 구도로 비쳐지고, 이 구도가 결선투표 표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결선투표와 관련하여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폴리뉴스가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서 14~15일 진행한 김기현-나경원 양자 대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417명)은 김기현 46.5%, 나경원 39.0%를 지지해 김기현이 7.5%p 앞섰다. 반면 김기현-안철수 양자 대결에서는 김기현 42.8%, 안철수 48.4%로 안철수가 5.6%p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친윤 후보와 비윤 후보가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우열을 점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조사도 국민의힘 지지층일 뿐 실제 투표를 할 책임당원은 아니다. 단지 책임당원을 유추해 볼 가장 유사한 집단일 뿐이다. 그런데 8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 책임당원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들은 국민의힘을 지탱해 오면서 여러 차례 선거를 치러온 각자 전략적 판단을 하는 층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판단 기준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나 전략과 관련해서 일사불란한 당청 관계일지 아니면 총선 승리일지에 따라 표심이 최종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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