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신뢰의 힘, 바라카 원전

입력 2023-01-18 19:46:29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심했다. 코로나 등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을 이행해내고 마는 한국 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2천6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말이다.

300억 달러는 아랍에미리트 역사상 단일 국가에 약속한 최대 규모의 투자 결정이다. 아무리 오일 머니가 넘쳐나는 부국이라 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렇게 큰 금액을 선뜻 투자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무함마드 대통령의 신뢰는 2009년 한국이 수주에 성공한 바라카 원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네 차례나 UAE를 방문할 정도로 원전 수주에 공을 들였고 한국은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다. 왕세제 때 바라카 원전 계약을 주도한 주인공이 무함마드 대통령이다.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원전을 짓는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었지만 한국은 공기를 맞췄다. 다른 원전 수출국들의 공기 지연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 차질 없이 공사를 하고 있다. 원전 4호기 중 1·2호기는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3호기는 가동식을 가졌다.

바라카 원전은 UAE 전력 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아부다비 전력의 60%, UAE 전체 전력의 15%를 담당하고 있다. 4기가 모두 가동되면 전체 전력의 25%를 생산하게 된다. UAE는 2023년 상반기부터 통용될 최고액권 1천 디르함(약 35만 원)권 뒷면에 바라카 원전 단지의 원자로 4기 전경을 포함하기로 했다. 바라카 원전에 대한 UAE의 지대한 관심을 느끼게 한다.

바라카 원전 4기 건설과 운용을 통해 획득할 외화가 77조 원이나 된다. 그에 이어 이번엔 37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게 됐다. 바라카 원전이 가져온 신뢰의 힘이 무궁무진하다. 1차 중동 붐에서 횃불을 켜고 공기를 맞춘 우리 기업들의 노력 덕분에 오일 머니를 벌어 경제 위기를 돌파했다.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투자로 제2 중동 붐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신뢰라는 사실을 바라카 원전은 생생하게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