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성못 포기 못 해” 농어촌공사의 황당한 법령 개정 시도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수성못 소유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수성못을 비롯해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됐지만 본래 기능을 상실한 농업기반시설 부지를 분리 과세 대상에 넣어 세액을 줄이자는 것이다. 대구시, 수성구 등 지자체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법령 개정 시도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매일신문이 입수한 농어촌공사의 '지방세 법령 개정 추진안'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기능을 상실한 저수지 중 공원용, 호수 등으로 사용되는 담수호 부지를 종합 합산 과세에서 분리 과세 대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공원용 저수지를 비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만큼 개정의 여지가 있다는 논리다.

대구시에 무상 양여하기는 싫고, 세금은 적게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오랜 기간 대구 시민의 쉼터 역할을 했고,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는 데 시민들의 공로가 컸음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비유하자면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니 '이건 자동차가 아니고, 기름으로 움직이는 이동 수단'이라는 식이다.

대구 시민들의 눈에는 황당한 꼼수로 보인다. 수성못을 지금의 명소로 만든 일등 공신인 시민들을 상대로 쟁탈전을 벌여서야 쓰겠는가. 특히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논리로 세금 면탈에 초점을 맞춘 데서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데 사용료를 요구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대구시는 농어촌공사의 법령 개정 시도를 묵과하지 말기 바란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수성못 무상 양여의 당위성을 피력해야 한다. 농어촌공사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지역 정치권도 문제 해결에 중지를 모아 나서야 한다. 공원용 저수지가 된 지 오래인 수성못을 대구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을 귓등으로 흘려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