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특강 취소한 제주도당…이준석 "자기팀 아니라고 두들겨 패기"

입력 2023-01-09 19:56:03 수정 2023-01-09 22:00:05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제주도당 특강 행사가 갑작스레 취소됐다는 통보를 9일 받은 가운데, 제주도당 측은 나 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의식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부위원장이 이른바 윤심에서 배제되는 형국에 이준석 전 대표는 "자기 팀이 아닌 선수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고 촌평했다.

나 부위원장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나 부위원장은 제주도당의 요청으로 1월10일 제주도를 방문해 당원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도당 사정으로 해당 일정이 연기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오는 10일 나 부위원장은 제주공항에서 기자간담회,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등의 일정을 갖기로 했으나, 하루 전날인 9일 도당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일정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허용진 제주도당위원장이 나 부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나 부위원장이) 당내에서 분란을 일으킨다고 비춰지고 있어, 시기적으로 도당에서 부담이 되고 당원들이 혼란스러우니 다시 일정을 잡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도당 측은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다른 정책을 고수하면서 대통령에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시점에 당원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되니 이제 자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며 "사실 애초에 축구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이같은 언급을 하며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을 지목해 공개 비판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이른바 윤심이 전당대회를 좌우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과 대통령실의 대립은 표면상으로는 지난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년 간담회에서 나 부위원장이 운을 띄운 '출산 시 대출 탕감' 정책이 불을 지폈다.

해당 정책이 발표된 다음날 대통령실이 "개인의 의견이며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즉각 선긋기에 나섰다.

이에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예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마저도 극구 반대한 개인 의견을 발표해 국민께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위의 정식 회의가 지금껏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음에도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것은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위원장직을 '자기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나 부위원장 해촉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기류를 두고 당권 도전을 고심하고 있는 나 부위원장에 대해 사실상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