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엄마 위해 골수이식 2번…남은 건 엄마의 빈자리, 빚, 막막한 미래

입력 2023-01-10 06:30:00 수정 2023-01-12 14:57:01

항암치료 중 부작용 발생, 딸이 골수이식 해줬으나 생착 안 돼
보험 적용 안돼 치료비 5천만원…가족들 노력에도 세상 떠나
아이들 점점 커가는데 트럭 운전…세 식구 먹고살길 '막막'

정돈 안 된 부엌 식탁에 앉아 장상현(53) 씨가 딸 장재희(가명·14) 양, 아들 장재준(가명·13) 군과 함께 아내 반윤혜(가명·34) 씨의 사진을 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정돈 안 된 부엌 식탁에 앉아 장상현(53) 씨가 딸 장재희(가명·14) 양, 아들 장재준(가명·13) 군과 함께 아내 반윤혜(가명·34) 씨의 사진을 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누구에게나 마음의 서랍이 있다. 행복한 기억을 보관해두는.

재희(가명·14)는 오늘도 서랍을 연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읍내 세차장에 갔던 기억을 꺼낸다. 일 때문에 바빴던 엄마는 세차하러 갈 때면 꼭 재희를 데려갔다. '행복셀프세차'라고 적힌 색 바랜 간판 아래, 엄마가 거품 가득 낸 워시미트를 끼고 열심히 차 앞 유리를 닦고 있다. 재희는 옆에 서서 구경 중이다. 세차가 끝난 뒤 모녀는 건너편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간다. 늘 시키던 메뉴를 시키고, 늘 앉던 창가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추억은 아니지만 재희에겐 행복한 한때였다.

이제 재희는 현실의 서랍을 연다. 그 안엔 이제 입을 사람도 없는데 차마 버리지 못해 남겨둔 엄마의 옷들이 있었다. 행복한 기억이 아닌, 가지런히 정리된 슬픔만 있었다.

◆망망대해 같던 삶에 행복을 가르쳐 준 아내… 그리고 찾아온 백혈병

재희의 엄마 반윤혜(가명·34) 씨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다. 그 한 달 내내 장상현(53) 씨는 아내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올 적 보내온 사진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주사가 심해 어머니에게 자주 주먹을 휘둘렀던 아버지 밑에서 상현 씨는 사랑받는 게 뭔지 모르고 컸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법도, 아무것도 몰랐다. 욕망도, 치열함도 없는 삶이었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공사판을 전전하던 상현 씨는 이십 대 중반부터 대형트럭 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8년쯤 상현 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국제결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윤혜 씨를 만나 결혼식을 올렸다. 이듬해 재희, 그다음 해에 재준(가명·13)이가 태어났다. 빚 2천만 원을 내 마련한 19평짜리 임대주택에서 네 식구의 일상이 시작됐다. 드라마처럼 낭만적인 사랑을 한 건 아니지만, 윤혜 씨는 상현 씨에게 평범한 행복을 가져다준 사람이었다. 상현 씨는 어렸을 적 경험하지 못했던 화목한 가정을 직접 꾸림으로써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는 법,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비로소 얻은 평범한 행복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재작년 12월 말부터였다. 평소 전혀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윤혜 씨는 2021년의 마지막 날 새벽, 가슴이 아프다며 쓰러져 포항의 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이후 진행한 검사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사랑에 이어 이별까지 가르치려 하는 아내가 미워, 상현 씨는 그날 밤 아이들 몰래 많이 울었다.

◆항암치료 중 부작용 발생, 딸의 두 차례 골수이식에도 끝내…

엄마가 쓰러진 뒤 아빠의 표정이 엄청 심각해졌지만, 재희는 그때만 해도 엄마가 며칠 후면 금방 괜찮아질 거로 생각했다. 사실 한 편으론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슬쩍 들었지만, 한 살 어린 동생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강하게 버티고 있던 마음이 무너져 내린 건 지난해 3월 대구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보러 갔을 때였다. 그곳에서 윤혜 씨는 머리가 다 빠진 채 배변 봉투를 달고 있었다. 2차 항암치료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부작용이 발생해 엉덩이가 괴사(壞死)됐다고 한다.

이후 항암치료를 계속하다가 9월 1차 골수이식이 이뤄졌다. 윤혜 씨의 부모님이나 형제에게 골수를 기증받는 게 가장 좋은데, 윤혜 씨의 가족들은 다 베트남에 있어 불가능했다. 윤혜 씨가 베트남 사람이라 유전자 문제로 한국에서 골수 기증을 할 수 있는 건 재희와 재준이, 둘 뿐이라고 했다. 누나인 재희가 기꺼이 나섰다. 골수이식을 위해 이틀 동안 병원에 입원해 피를 뽑았으나 골수가 생착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재희는 11월 중 또다시 목에 카테터를 꽂고 피를 뽑았다. 이러한 재희의 노력에도 윤혜 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윤혜 씨는 끝내 재희와 가족들을 떠났다.

윤혜 씨가 떠난 자리를 채운 건 5천만 원에 달하는 빚이었다. 2차 골수이식부터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안 돼 그렇게 많은 치료비가 발생했다고 한다. 골수이식을 한 공여자로서 재희가 병원에 내야 하는 비용도 300만 원이 나왔다. 아직 집을 살 때 냈던 빚도 덜 갚았고, 세 식구가 먹고살려면 상현 씨 혼자 버는 걸로는 버거운 상황이다. 여기에 5천만 원이라는 빚이 추가로 생겼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어느 날 저녁, 정돈 안 된 부엌 식탁에 앉아 엄마의 사진을 보고 있는 세 식구. 세 사람 다 아무 말이 없다. 최근 목이 따가워 독감이 의심되지만, 3만 원이 없어 검사를 못하고 있는 재희가 입술만 달싹거리다 이내 말을 삼켰다. 재준이도 영어 학원을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을 꺼내려다 결국 입을 닫았다. 상현 씨는 상현 씨 나름대로 점점 커가는 재희와 재준이를 혼자 어떻게 키울지 고민에 빠져 말이 없었다. 재희의 잔기침 소리만이 침묵에 잠긴 집 안을 잠깐 채울 뿐이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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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장애아동 구하려다 중증 화상 입고 의식불명된 김순이 씨에 3,240만 원 전달

화재가 발생해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아동을 구하려다 신체 표면의 70% 화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김순이(매일신문 12월 27일자 10면) 씨에게 3천240만8천50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백년가게국제의료기 10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안대용 20만원 ▷김윤기 5만원 ▷박옥선 5만원 ▷김준홍 3만원 ▷방태표 2만원 ▷신종욱 2만원 ▷홍준표 2만원 ▷김성옥 1만원 ▷우동수 1만원 ▷이정현 1만원 ▷황성광 1만원 ▷서형덕 5천원 ▷이형준 5천원 ▷김서연 2천원 ▷'김순이씨에게로' 5만원 '김시우(레오)' 1만원 ▷'한동엽 기부' 1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초수급가정에서 열심히 공부해 교대 입학했으나 22살에 유방암 걸린 권예서 씨에게 3,044만 원 전달

어린 시절 심장마비로 아버지를 여의고 기초수급가정에서 열심히 공부해 교대 입학했으나 22살 나이에 유방암에 걸린 권예서 씨(매일신문 1월 3일 자 10면)에게 48개 단체, 263명의 독자가 3천44만3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세원정공물산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스마트치과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주)태린(박기태) 40만원 ▷(주)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20만원 ▷광고기획감각(손근찬)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중앙갤러리(정대영)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태왕(김수경)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전문 10만원 ▷까꾸리웰빙손칼국수(이미숙)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민들레봉사단 10만원 ▷삼보세라믹스(김익곤)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주)현대전산인쇄(이기복)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기업이전호세무사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수가성식당(최병기) 5만원 ▷우신 5만원 ▷임지연 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황금손부동산이현지 5만원▷(주)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투인(이지연) 2만원

▷최재영 140만원 ▷김상태 도경희 이다영 허금주 각 100만원 ▷이정추 90만원 ▷김진숙 송미림 조성택 각 50만원 ▷김재균 노소연 이신덕 각 30만원 ▷배해주 25만3천원 ▷박전호 박철기 백승애 각 20만원 ▷곽용 김대화 김문정 김부길 김수민 김순향 김은경 김자영 김주연 김지태 김현식 도유화 류도형 문순희 박순희 배정숙 백용성 신금자 양미애 오방현 이대성 이은영 이재명 이재일 장영렬 장정순 정원수 조득환 최강열 최민정 최선희 최진찬 최창규 최채령 표준식 각 10만원 ▷이주영 7만원 ▷강명서 강원석 곽정수 김영숙 김윤기 김혜령 박성원 박정희 박현경 박현정 박희찬 배경애 배윤근 서정오 서준교 손경수 신광련 신정미 윤명희 윤선희 윤성영 윤지선 이경자 이관석 이동욱 이연실 이용만 이종하 이창영 임종보 임채숙 전우식 전희숙 정식원 조은아 차순욱 최영모 최영철 최종호 각 5만원 ▷서석호 4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권규돈 권두형 김민경 김병한 김서영 김성경 김세현 김종구 노인영 박종천 박현주 변현택 서미영 양순정 엄기성 염정원 이남경 이서연 이서연 이서현 이석우 이재열 이종완 이주영 장미란 조진우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권오영 권태채 김경아 김지현 김태욱 김태천 남영희 류휘열 민윤자 박기영 배영철 서숙영 오상미 유봉수 윤덕준 윤영숙 이동윤 이운호 이재민 이재숙 이해수 이혜주 임상욱 장지혜 정주현 천정창 최닷옴 최형서 하흥수 각 2만원 ▷최정원 최지원 각 1만5천원 ▷박재만 1만3천원 ▷곽민정 권나리 권령경 권오대 권오현 김균섭 김덕우 김미선 김민구 김상근 김상일 김수진 김순희 김영숙 김지안 김태중 남장호 문민성 문석 박건우 박수연 박애선 박영호 박은주 박인배 박진열 박태용 박태훈 박홍선 배상영 배시연 배정준 백진규 서강덕 서명좌 송윤복 안현준 양선옥 양준 우순화 유귀녀 유명희 유선옥 유정은 윤인주 이병순 이운대 이정욱 이정희 이지호장문희 전병희 정미아 정운섭 정준홍 정충기 조규태 조영식 지호열 차영주 최경철 각 1만원 ▷문민성 이현주 각 7천원 ▷박현정 이진기 조민경 홍정오 각 5천원 ▷손희정 3천원 ▷조규범 최연준 각 1천원

▷'관세음보살님가피를' 20만원 ▷'김승완 장로' '사랑나눔624' 'LI JINGCAN' '주님사랑' '학원신우회 김승완' '홍종배베드로' '힘내세요' 각 10만원 ▷'Weremember' '건강하시길' '힘내세요' '권예서양치료비' '김영관쾌유를' '김천수**힘내세요' '손지원손시원' '최한태최수진' '좋은 소식 기다려요' 각 5만원 ▷'수민수진' '안태완**예서양빨리완쾌되서좋은선생님되세' '예서씨 완치' '이웃' '이웃사랑' '쾌유를빕니다' 각 3만원 ▷'그린벨안호성' '석희석주' '예서씨화이팅' '예서야힘내' '한명숙이웃사랑' 각 2만원 ▷'김영표(암완쾌되길)' '이웃사랑' '조희수힘내세요' '지현이동환이' '조금이나마 도움' '힘내세요' 각 1만원 ▷'힘내세요' '희망잃지말길' 각 5천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직은돈이지만기'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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