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들 성과급 잔치 벌이면서 단축 영업시간 복원은 뒷전

주요 은행들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났음에도 단축한 영업시간을 복원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80∼400% 성과급 지급을 계획하면서도 소비자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은행권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2021년 7월부터 전국적으로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해 4월 해제됐지만, 은행권은 단축 영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를 논의하기로 은행 노사가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늘어난 대출과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크게 증가한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면서, 소비자 불편은 외면하는 것이다.

은행 노사는 영업시간 복원 조건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들고 있지만 사실 은행 업무는 마스크 착용과 별 상관관계가 없다. 식당이나 카페처럼 음식물을 섭취하는 시설에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해당 시설의 영업 행위가 가능하지만, 은행은 마스크를 쓰고도 얼마든지 업무가 가능하다. 코로나를 핑계로 근무 시간을 줄이고, 점포 운영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영업점과 자동화 기기를 줄이고 인터넷 뱅킹을 확대하면서 금융소비자들, 특히 노령층의 불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영업시간까지 단축하면서 은행 업무를 보려는 소비자들은 일정을 더욱 빠듯하게 짤 수밖에 없다. 은행 노사는 조만간 TF를 출범시켜 영업시간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각 은행 점포들이 영업을 끝낸 뒤에도 남은 정산 작업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자신들이 공공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기간산업임을 직시해야 한다. 수많은 업종이 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것은 정부가 독과점적 영업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수익 극대화, 근무시간 단축에만 골몰하는 것은 국민 불편을 가중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의에도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