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찬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다양하다. 이념, 지역, 계층, 세대 간 갈등이 그것이다. 세대 간 갈등은 흔히 MZ세대 등 미래세대와 꼰대 기질을 가진 기성세대의 문화적 차이로 보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급격한 출생률 저하와 IT혁명이 가져온 빠른 변화의 시대에 갈등의 전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래세대는 정책 결정과 예산 배분 권한을 가진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자산을 과도하게 써 버리거나, 자신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긴다고 믿고 있다.
기성세대는 지속 가능한 재정 정책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여 미래세대에 부채를 지우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성세대가 정치적 세력이나 발언권이 없는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겨,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거나 목전의 문제를 모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극단적인 포퓰리즘 정책들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는 지난 5년 사이에 400조 원 이상 증가하여 작년 말 약 1천70조 원에 이르렀다. 미래세대에 빚더미인 나라를 물려줄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MZ세대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런 리스크와 관련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미래세대의 보호'에 관한 획기적인 판단을 하였다. 재판소는 독일연방기후법(이하 기후법)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중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한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규정들이 현 세대보다 미래세대에 더 높은 감축 부담을 지우고, 반면 탄소 배출 예산은 더 많이 사용한다고 보았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에 불가역적으로 전가하고, 탄소 예산을 소비할 권리를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게 분배하는 것으로서, 미래세대의 포괄적인 자유권을 침해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그리하여 2022년 말까지 기후법의 해당 조항을 헌법적 요구에 맞게 개정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의회는 탄소 감축 예산을 세대 간에 평등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의 탄소 감축 목표를 늘리는 방향으로 기후법을 개정하였다.
재판소는 독일 헌법(기본법)상 국가는 여러 시대에 걸쳐 기본권적 자유를 보장할 의무를 가지고 있고, 그 경우 세대들 간 비례성의 원칙에 맞도록 자유권을 분배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기성세대는 삶의 자연적 기초를 아껴 사용하고 후손에게 넘겨 다음 세대가 가혹한 금욕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계속 보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헌법상의 권리 향유에 있어 세대 간 형평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였고, 독일 헌법이 '미래시제(Zukunftsform)로 말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 정책은 국민에게 밀접하고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 정책들은 기본 얼개가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과 결부되어 있어 세대 간 형평성의 이슈를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현 세대가 관련 재정을 과도하게 소비하거나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필연적으로 미래세대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MZ세대로 대변되는 젊은이들은 현재의 주력 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저당 잡아 미리 당겨 사용함으로써 그들이 주력이 될 미래에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삶이 황폐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헌법상의 권리 향유에 있어 세대 간 형평성의 원칙은 재정에 있어서도 유효하다. 정책은 '미래시제'로 수립되고 운용되어야 한다. 현재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미래세대에 채무를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 MZ세대의 지지를 유도하고, 세대 갈등 전선을 문화적 차원의 갈등에서 재정적 차원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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