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애진·오린지·유지황 지음/남해의 봄날 펴냄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에서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의 사계절을 담은 얘기다. 친구들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한 끼 한 끼를 채워나간다. 시험, 연애, 취업의 압박이 없는 시골에서 혜원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마음 속 상처을 치유해나간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리틀 포레스트' 속 삶은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이 책은 '팜프라'를 통해 시골로 모여든 청년들의 생생한 '촌 라이프'를 보여준다.
청년 플랫폼 팜프라는 '가진 것은 젊음과 열정뿐인, 연고도 기반도 없는 청년들이 어떻게 하면 촌에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세 청년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청년 유입에 목마른 남해군과, 주민 평균 연령이 60세를 훌쩍 넘는 두모마을의 이장님 등 지역 어른들이 여기에 힘을 보탰다.
책을 지은 이 세 청년 양애진, 오린지, 유지황 씨는 같은 꿈을 품고 팜프라촌에 들어온 이들과 함께 집을 짓고, 정보를 공유하고, 시골 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을 알려주며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돕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청년 조례 등 관련 정책을 세우는 일도 거든다.
이후 3년여간 30여 명의 청년이 촌 라이프를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든든한 울타리인 팜프라촌에서 집짓기 워크숍, 촌집 알아보기, 텃밭 가꾸기, 바다에서 요가 수업 열기 등 꿈꾸던 촌 라이프의 모든 로망을 실험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얘기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인구절벽, 초고령화,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남해의 자랑거리였던 다랭이논은 나이 든 주민들이 더이상 경작할 수 없어, 두모마을에만 36만여 ㎡의 휴경지가 방치되고 있었다.
책 속에서 김미선 남해군 청년혁신과 과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팜프라를 만나고나서야 남해에도 청년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남해가 청년친화도시로 선정되기까지 함께 많은 준비를 해왔고, 이제 경남에서는 남해 하면 청년을 먼저 떠올립니다."
단순히 청년들의 시골 체험기가 아니다. 지은이들은 도시에 없는 촌의 매력을 전달하고, 촌에 없는 도시의 다양성을 끌어들이며 서로를 매개하는 일을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언젠가 삶의 터전으로 촌을 선택하도록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며, 오늘날의 청년과 다음 세대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을 담았다. 25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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