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라이트모티프

입력 2022-12-30 11:27:39 수정 2023-01-02 07:52:02

김나영 소프라노

김나영 소프라노
김나영 소프라노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는 만 나이가 적용되는 만큼 1년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쉬웠던 작년 한 해를 다시 열심히 살아보라고 말하는 신의 선물 같기도 하다. 이 한 해를 또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린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우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성취를 위해 반드시 이뤄낼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 어떠한 방법으로 이 확신을 이어나갈 것인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음악을 이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세계적인 가수 셀린디옹의 'My heart will go on' 노래를 들으면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인 주인공 잭과 로즈가 갑판 끝에 서서 두팔 벌려 멋진 포즈를 한 장면이 떠올려진다. 그 노래는 영화 타이타닉 속에 나오는 '비극', '항해', '사랑', '빙산' 등 다양한 테마중에 '사랑'의 테마가 전개 될 때 흘러나온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잭과 로즈가 함께 차가운 바다에 떠있는 애틋하고도 슬픈 장면에도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동일한 등장인물이나 특정 테마를 묘사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 멜로디를 음악적 용어로 '라이트모티프'(Leitmotiv)라고 한다. 이렇게 음악의 아주 일부분 혹은 짧은 마디만으로도 사람들은 음악과 관련된 영화, 혹은 특정 어떤 인물, 상황 등을 회상할 수 있다.

우리 삶 속에서도 라이트모티프를 찾아 볼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 실기 입시를 위해 매일 같이 공부하고 레슨받는 하루 하루를 보냈다. 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 차 안에서 우연히 'I still believe'란 노래를 듣게 되었다. 뮤지컬 미스사이공에 나오는 넘버인데, 당시 입시를 위해 고전음악만 공부했던 나로서는 그 넘버가 굉장히 신선한 음악적 자극이었다. 난 여전히 당신이 돌아올걸 안다는 여주인공들이 부른 맑은 음색과 진심어린 노래가 입시에 지친 나를 희한하게 눈 녹듯 녹여주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힐링을 하고 싶을 때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듣곤 했다. 그 후로 그 노래의 일부분만 들어도 나에게 삶의 혼돈 속에서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다짐의 테마'의 라이트모티프가 되었다.

인생을 영화 한편으로 비유해볼 때 인생이라는 영화 속 주인공인 우리는 다양한 삶의 테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짧게 오늘 하루에 비유해 볼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늘 음악과 함께 삶을 헤쳐 나가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나의 테마에 맞는 음악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기쁨은 두배가 되고 낙심할 땐 다시 일어나게 할 라이트모티프를 이용해보자.

난 잘 할 수 있어, 난 견딜 수 있어, 난 해결할 수 있어. 이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인적이 있지 않은가. 작은 성취라도 성취를 하면서 그 때 듣는 노래의 멜로디를 정해 성취의 테마로 정해보면 어떨까. 그럼 삶이 음악을 통해 좀 더 삶이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리라 확신한다.

비장의 테마, 다짐의 테마, 행복의 테마 등 다양한 테마들을 통해 나만의 라이트 모티프를 만들어가면 가보자. 그 음악의 일부분만 들어도 초인적인 힘이 생기게끔 말이다. 새해 첫 날 음악과 함께 시작해보자. 오늘의 나의 라이트 모티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