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취약한 '방음 터널'…"대구 수성IC 부근 5곳, 완전 밀폐식 아닌 개방형"

입력 2022-12-29 17:05:01 수정 2022-12-29 21:46:38

방음 터널, 안전 기준 미흡…"구간 단속 강화하고 대피공간 마련해야"

29일 오후 1시 50분쯤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불은 버스와 화물차 간 추돌사고에서 시작돼 방음터널로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1시 50분쯤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불은 버스와 화물차 간 추돌사고에서 시작돼 방음터널로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경기도 과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난 불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방음터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속도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 설치된 방음터널은 일반 터널과 달리 안전 기준이 미흡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오후 1시 49분쯤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불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와 트럭 간 추돌사고로 시작됐다. 트럭에서 발생한 불이 방음터널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5명은 사고 차량에서 발견됐다. 다친 29명 중 3명은 중상을 입었고 26명은 연기 흡입 등 경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명수색 결과에 따라선 피해자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화재 당시 방음터널 내 수백m에 달하는 구간이 불길에 휩싸였고 양옆으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교통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로 설계 과정에서는 방음벽을 주로 활용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요구로 방음터널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음 차단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유다.

문제는 흡기나 배기 등 방재 기준이 일반 터널만큼 따라가지 못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대구 4차 순환도로, 경부선, 중앙선 등 대구경북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에는 방음터널이 한 곳도 없다.

민자구간인 신대구부산고속도에는 수성IC 부근에 5곳의 방음터널(전체 연장 1.3km)이 산재해 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관계자는 "수성IC 부근 방음터널은 완전 폐쇄식이 아니라 절반 정도는 개방된 상태에서 환기가 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터널과 같은 밀폐된 공간은 순식간에 화재 연기가 퍼지기 때문에 질식으로 인한 사망이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김석완 대구한의대 소방안전환경학과 교수는 "운전 중에 터널 내 화재를 목격하게 되면 자세를 낮추고 바람이 부는 곳으로 대피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며 "터널 내 구간 단속 등을 강화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고 다발 터널에는 미리 별도의 대피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