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섰던 대구 유일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 '동성아트홀'…끝내 폐관

입력 2022-12-27 12:28:40 수정 2022-12-27 19:21:54

지난해 11월 잠정 휴관 들어간 뒤, 올해 9월 폐관
폐관 위기 수차례…운영난 지속으로 2015년에도 폐관
CGV, 롯데시네마, 오오극장서 예술영화 상영하지만 부족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동성 아트홀. 매일신문DB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동성 아트홀. 매일신문DB

관객 감소와 노후화로 존폐의 기로에 섰던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 '동성아트홀'이 끝내 폐관했다. 매년 약 500편 세계 예술영화가 상영되면서 1만여 명의 관람객 발걸음이 이어졌던 30년 대구 예술영화 역사는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27일 대구시에 따르면 동성아트홀은 지난해 11월 잠정 휴관에 들어간 뒤 올해 9월 공식적으로 폐관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2년 첫 운영을 시작한 지 30년 만이다.

◆존폐 기로에 섰던 동성 아트홀

동성아트홀은 폐관 위기를 수차례 겪었다. 대구시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과 극장 수익으로 운영을 지속해왔지만 운영난이 지속되면서 지난 2015년 폐관을 한 차례 겪기도 했다.

동성아트홀이 재개관에 나선 건 그로부터 2년 뒤. 2017년 광개토병원이 동성아트홀을 인수하면서 한동안 운영이 정상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은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관객이 80% 수준으로 감소한 데다 정전, 상영관과 화장실 누수 등 건물 노후화까지 겹쳤다.

설상가상 건물주는 2021년 연말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퇴거를 요청했다. 운영 종료 위기를 앞두고 당시 동성아트홀 관리단은 백화점이나 멀티플렉스 영화관 입점 등 대안 공간 찾기에 나섰지만, 예산 마련이 어렵고 영사기 설치를 위한 넓은 공간을 찾는 건 좀처럼 쉽지 않았다. 또 그해 직원 임금 체불과 관객 성희롱, 불성실한 업무태도 등에 대한 논란까지 일어 법원에 근로기준법 위반 약식 명령을 받게 되면서 운영 전반에 대한 정상화가 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시와 영화진흥위원회도 새 장소 물색과 지원방안 등 동성아트홀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동성아트홀 운영과 관련한 민원이 잦았고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해 11월 18일 휴관 처리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성아트홀, 영화진흥위와 함께 건물 물색과 돈을 지원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했다. 하지만 동성아트홀 측이 11월에 휴관을 결정하면서 시 역시 손을 대지 못했다"며 "예술영화관을 운영하겠다는 민간 사업자가 나타나면 지원을 검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닫힌 동성아트홀 입구. 심헌재 기자
문닫힌 동성아트홀 입구. 심헌재 기자

◆상영관 3곳 예술영화 명맥 이어가

사라진 대구 유일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을 대신해 현재 CGV 대구 아카데미, 롯데시네마 동성로 아르떼, 대구 유일 독립영화전용관인 오오극장이 예술영화 상영을 맡고 있다. 1~5년 전부터 소규모로 예술영화를 상영해온 3곳은 동성아트홀이 사라지면서 예술영화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상영작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실제 예술영화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 롯데시네마 아르떼에 따르면 올해 예술 전용 상영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지난해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후 55% 증가했다. 상영작 수 역시 지난해 136편에서 올해 153편으로 늘었다.

오오극장 역시 지난 2017년 3편에 불과했던 해외예술영화상영작이 지난해 12편, 올해 11편으로 크게 뛰었다. 해외예술영화를 찾은 관람객도 올해 1~9월 3천734명에 달했다. CGV 대구 아카데미 아트하우스 상영관을 찾는 관람객 수가 지난해 1만3천 명, 올해 1만7천 명으로 늘었다. 예술영화 시장도 커지면서 상영한 작품들도 지난해 140편에서 올해 150편으로 확대됐다.

예술영화전용관 지정을 위한 움직임도 있다. 롯데시네마 아르떼는 증가하는 예술영화 수요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 문화체육관광부에 예술영화전용관 지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문체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대구에 다시 예술영화전용관이 탄생하는 셈이다.

◆전용관 없어 예술·독립영화 쇠퇴 우려

지역 영화계에서는 대구 지역의 예술영화 상영관 쇠퇴를 예술독립영화 산업의 쇠퇴로 보는 시선도 있다. 세 곳의 영화 상영관이 모든 예술영화 공급을 맞추기 어려운 데다 상영 전용관이 없어지면 자연스레 예술 및 독립 영화도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오극장 관계자는 "동성아트홀이 휴점, 폐관 등의 위기를 겪으며 지난해부터 오오극장에서 예술영화상영 비중을 높였지만 오오극장의 상영관은 1개뿐이다. 늘어난 예술영화 수만큼 상영하는 독립영화 수도 줄었다"며 "예술영화 전용극장이 없으면 예술영화, 독립영화 모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예술전용극장이 있는 것이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관계자 역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에 비해 일반 시민들에게 덜 알려진다. 독립영화는 오오극장이 있지만, 예술영화 전용관이 아예 없어지면서 시민들의 관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며 "지자체 자체적으로도 영화산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고, 지원제도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내년 하반기에 문을 여는 대구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등 예술영화 쇠퇴를 막기 위한 방안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예술영화 전용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년 하반기 대구시청자미디어센터가 들어오면서 부속 건물로 다목적홀이 생긴다. 그곳에서 방송이나 공연이 가능하기에 소규모 예술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다"고 밝혔다.